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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설득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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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업무는 '설득의 연속'이다. 처음 고객을 대할 때부터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설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설득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 나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rhetoric)에서 설득의 세 가지 방식으로 에토스(ethos)와 파토스(pathos) 그리고 로고스(logos)를 들고 있다. 에토스는 청중의 관심을 끌고 신뢰를 얻기 위해 변론가가 지녀야 할 성격, 화자(話者)의 인격이나 공신력을 내세우는 설득을 의미한다. 파토스는 청중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하여 변론가가 알아두어야 할 청중의 심리적 상태 및 성향, 욕구를 고려한 설득을 뜻하며, 로고스는 설득의 이념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에 속하는 것으로서 논증 또는 논거의 방식에 관련되는 설득을 의미한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검사 또는 상대방 대리인인 변호사와 사이에 사실과 법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여기에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설득의 기술이 펼쳐진다. 변호사는 상대방인 검사와 다른 변호사 그리고 판단자인 판사를 설득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판례와 법리를 찾아내고 논리를 만들고 다듬는다. 이는 법정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로고스적인 설득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주장을 '거짓, 어불성설'로 몰아부치거나, 상대방 당사자의 비윤리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상대방의 에토스, 곧 그 신뢰를 떨어뜨려 그 주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 경력이나 전문성을 내세운다면 이는 나의 에토스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배심원이 아닌 냉철한 법률가인 판사를 상대로 파토스적 설득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판사의 성향을 살피거나 당사자의 범죄전력 없음과 가족 부양, 건전한 사회인 등의 주장을 통해 파토스적 설득을 하고자 한다. 법정에는 로고스만이 아니라 에토스와 파토스도 있는 것이다.

 

에토스와 파토스, 로고스 중에 어느 것이 보다 비중있는 설득의 수단일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법률가인 변호사로서는 이론이고 논리이며 합리인 로고스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논리와 합리로만 결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논리보다는 감정으로 움직이고, 그 감정을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설득을 잘 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곧 '공감'이다. 그러나 복잡다양한 현대사회에서 계층간, 세대간의 공감 뿐만 아니라 가까운 구성원 상호간의 공감도 쉽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공감능력마저 부족하다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득을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살펴 움직이고 논리와 합리를 주장하여야 한다. 물론 설득하는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날 로고스를 가장한 소피스트적 궤변들은 넘쳐나나, 설득의 요소를 갖춘 진정한 변설(辨說)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비에토스적인 사람이 비논리적인 로고스를 가지고 공감능력없는 파토스적 설득을 하려고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변호사의 법정에서의 설득 만큼은 에토스와 파토스, 로고스가 조화를 이루는 변설이었으면 좋겠다. "라떼는 …"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고민의 파도가 일상의 삶 속에 밀려온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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