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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과 국가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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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민간을 사찰하고 개인에 관한 내밀한 사정까지 모두 수집하고 관리하던 시대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이제야 영화로나 보지만 정보기관이 간첩이니 빨갱이니 하면서 무고한 시민을 사찰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던 일은 우리의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만 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내지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여 지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또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단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신상 공개 대상으로 삼는 내용으로 청소년 보호법도 개정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는데, 더 나아가 국회는 사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은 불법촬영물 등의 온라인 유포에 대하여 사전 방지 의무를 부담하고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을 유통을 방지할 책임자를 지정하여야 한다.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차단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여 질 수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정보통신사업자들은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지를 미리 방지하여야 한다. 5G 시대에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기는 하지만, 이는 차치하고서도 발생할 문제는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업자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유되는 모든 정보를 미리 확인하여야 하고, 그 의무 이행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관련 프로토콜과 기록을 모두 남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사기관이나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관련 규정들을 통해서 필터링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수사기관이 인터넷 사업자에게 요청하는 자료들에게 어떤 것들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더욱이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해외 소재 사업자들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들 하지만, n번방 사건을 빌미로 과거의 검열 체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방향을 가는 것은 뉴노멀도 아니고 퇴행에 불과하다. 조금만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를 줄이면서도 n번방 사건과 같은 케이스를 방지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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