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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안전 관련 법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이천의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2019년 4월 착공하여 2020년 6월 30일 완공 예정이던 냉동·냉장 창고의 신축공사 중에 이러한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 외에도 실종자가 4명이고 부상자가 10명이다. 근년에만 해도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2018년 1월 밀양 요양병원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좀 더 과거로 가면, 2008년에 역시 이천의 냉동 물류창고에서 4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화재가 나면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샌드위치패널, 우레탄폼 등 가연성 건축 자재의 사용으로 화재 시 유독가스가 발생한다는 점과, 위 화재발생시설의 특성상 이용자들이 대피로를 쉽게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신축공사 중인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 등이 작동하지 않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소방점검이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는 점, 그리고 관계자들에게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꼽을 수 있고, 이렇게 되지 않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위 대형화재 사고의 직전에도 소방당국은 안전점검필증을 각각 교부했다.

 

그런데 이번 물류창고 화재에 앞서 산업안전공단이, 신축공사를 담당한 업체가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한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몇 차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음이 주목된다. 이러한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사업체는 문제점들을 즉시 시정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결국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2008년 이천 물류창고의 대형화재 후에 도입되었다. 그 주요내용은, 모든 사업장이 유해·위험설비를 설치하거나 이전·변경할 경우,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과, 공사 진행 중에도 진행 상황을 확인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업체가 이를 준수하지 않은 채로 공사를 계속 진행할 경우에, 산업안전공단이 업체로 하여금 안전조치를 즉시 취하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다.

 

2008년과 2020년의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그야말로 판박이 화재사고이다. 이런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가 한 번 발생하는 것도 국가적 수치이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또 발생한다는 것은 수치를 넘어서 할 말을 잃게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까지 했는데도 또 소를 잃은 격이다. 그렇다면, 외양간 수리가 잘못된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제반 법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사망 노동자들이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그룹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현행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도를 개선하여, 일정한 경우 공사중지를 강제할 방안을 강구하는 등 관련 법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