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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케냐 사파리 투어 다녀온 김인희 변호사

광활한 초원에서 ‘게임드라이브’… 야생동물과 숨바꼭질 한 듯

살면서 어쩌다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진공 같은 시간이 있다. 나에게는 변호사시험 후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까지의 시간이 그러했다. 다시없을 이 시간에 나는 다시 가기 어려울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케냐. 영상으로만 보았던 풍광을 직접 눈에 담고, 미지의 세계처럼만 느껴지던 아프리카 대륙을 두 발로 디뎌 보고 싶었다. 


케냐에서의 일정은 약 열흘 정도였다. 나이로비에서 이틀 정도 보낸 후 푸른 인도양이 펼쳐진 몸바사로 이동해 사흘 정도 있다가, 마사이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Masai Mara National Reserve)에서 사흘 일정의 사파리 투어를 하고,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와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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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초원을 차로 내달리고 있으니 아기 코끼리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코끼리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이로비 시내에서의 여유로운 브런치와 한국인이 지었다는 사파리 파크 호텔에서의 ‘사파리 캣츠’ 공연 관람, 그리고 눈부신 백사장이 펼쳐진 몸바사 해변에서 인도양을 바라보는 호젓한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하던 마사이마라 사파리 투어를 떠났다. 항공사 광고에서 ‘지상 최대의 쇼’라고 부르던 그 광경을 마주하러.

 

마사이마라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은

동물의 천국


우리는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롯지에 2박3일 묵으며 사파리 투어를 하기로 했다. 사파리 투어는 3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처럼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초원과 그 위를 뛰는 동물들을 보는 것, 또 하나는 열기구를 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파리 차량을 타고 국립공원 안을 누비는 방법이 있다. 뒤로 갈수록 시간은 길어지고 금액은 저렴해진다. 경비행기나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마사이마라의 풍광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누 떼가 이동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하늘에서 보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를 대보며 사파리 차를 선택했다.

오프로드를 차로 달리며 국립공원 내의 야생동물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게임 드라이브’라고 부른다. 게임드라이브는 광활한 초원을 내달리며 기린, 얼룩말, 누, 가젤 등을 보고, 특히 쉽게 보기 어려운 동물들, 빅5라 불리는 버팔로, 코끼리, 사자, 레오파드, 코뿔소를 찾아다닌다. 첫날 숙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둘째 날은 이른 아침부터 게임 드라이브를 위해 나섰다. 숙소인 롯지에서는 점심 때 먹을 샌드위치 등을 담은 런치박스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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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린 사파리차에서 바깥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 필자의 모습

 

숙소를 나서 조금 달려 나가니 쏟아지는 하얀 햇볕 아래에 푸른 초원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카메라로도, 두 눈으로도, 눈부시게 푸르고 넓은 초원과 그 초원보다도 넓은 하늘을 담을 수 없었다.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이고 야트막한 언덕들이 잔잔한 멜로디의 음표처럼 하늘 아래 그려져 있었다. 윈도우 바탕화면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 실재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컴퓨터 그래픽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우리의 귀여운 하얀 봉고는 넓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열심히 덜컹거리며 달려갔다. 마사이마라의 면적이 제주도와 비슷하다고 하니,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부족할 거대한 자연이었다. 저 멀리 풍경처럼 서 있던 기린들은 느릿느릿 머리를 조아리며 걸어가고, 초원에 가득한 가젤들은 차가 나타나자 잔뜩 경계하며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귀를 세우고 지켜보았다. 길을 가로지르는 누 떼를 만나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멀리 풍경처럼 서 있던 기린이

느릿느릿 걸어가고

아기코끼리를 데리고 떠나가는

코끼리 가족도 만나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는 임팔라와 가젤 등등 초식동물들이 모여 있는 넓은 벌판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었다. 초식동물이 있는 장소는 사방에 은폐·엄폐물이 전혀 없는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사자 같은 동물들의 공격에서 비교적 안전한 장소인 것 같았다. 대자연의 한복판에서 바로 옆에 임팔라 무리를 두고 샌드위치와 오렌지를 먹다니, 다시없을 특별하고 호사로운 점심이었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빅5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게임드라이브를 하는 드라이버들은 광활한 벌판을 달리며 우리의 눈으로는 절대 찾지 못할, 덤불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자나 레오파드를 찾아냈다. 마치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것과도 같아서 그런지 드라이버들은 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어느 지점에서 사자를 찾았는지, 코뿔소가 있는지를 공유했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출발해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하루 종일 마사이마라를 달렸다. 한낮의 망중한을 즐기는 사자 가족들과 먹잇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던 레오파드를 찾았고, 아기 코끼리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코끼리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아쉽게도 코뿔소는 만나지 못했지만 밀렵으로 인해 코뿔소 수가 워낙 줄어들어서 그런지 드라이버도 한참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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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찾아온 손님을 환영하는 전통 춤을 추고 있는 마사이족. 2박3일의 사파리 투어 일정은 마사이족 마을을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마사이마라에서의 하루 하루는 살면서 처음 보고 처음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늘 잘 닦여진 길 위를 다니다 우리가 길 밖이라 부르는 곳, 길이 아니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라 생각했던 곳을 내달리는 기분은 색달랐다. 동물원 사파리에 사는 동물들은 비교적 자연과 비슷한 곳에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짜 자연에 사는 야생동물을 보니 동물원은 대양에 사는 고래를 어항에 담아 놓은 것과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티비 속 영상과 동물원에 갇혀 있던, 길 바깥의 지구의 진짜 모습을 본 느낌이었다.


그늘 밑에 쉬는 사자·레오파드 보면 

순간 긴장도


복작복작한 서울을 떠나 케냐에서 대자연을 만나는 경험은, 진공 같은 시간을 새로움으로 꽉 채워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아니 꽤 오래 아프리카 여행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케냐는 언제고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멀리 여행을 갈 여유가 생긴다면, 살다가 갑자기 진공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리고 그 여유가 인생에 다시없을 한 번뿐인 시간이라면, 그 기회를 마사이마라에 가는 데 써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김인희 변호사(변시 3회, 김인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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