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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개혁’은 ‘대통령령’과 ‘대법원규칙’ 개정으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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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회의’를 주재한 이후 공수처법 제정 등으로 검찰·경찰 개혁은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으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개혁은 전혀 진전이 없는데, 그 이유는 국정원의 신원조사에 있다고 본다. 국정원이 하는 신원조사에는 국정원직원에 대한 것과 판사·검사 등 공무원에 대한 것이 있다.


2. 국정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

법률인 국정원직원법 제8조의2에서 신원조사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절차 등에 관하여는 국정원직원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3. 판사·검사 등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

법률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고, 대통령령과 대법원규칙에서만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제36조 등)에 의하면, 판사·검사를 비롯한 모든 공무원 임용 예정자는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며, 시행규칙 별지 서식의 신원진술서에, 본인과 가족에 관한 주요 내용을 모두 적어야 한다. 판사 임용예정자에 대하여는 대법원규칙인 법관인사규칙에 추가로 신원조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7조의2). 법원행정처장이 정하는 서식의 신원진술서에 법관의 자택전화, 군번, 혈액형을 추가로 적어야 한다.


4. 국정원 신원조사의 법리적 문제점 :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

가. 헌법 제25조가 규정하는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 등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여기서 직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현실적으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하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이 공무담임에 관해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한다(헌재 2008. 11. 27. 2007헌마1024). 공직자선발에 관하여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공직취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9. 12. 23. 98헌바33).

나.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에는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포함되며(헌재 2019. 12. 27. 2018헌바130 등),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한다(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등).

다.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기본권은 …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그 형식이 반드시 법률일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법률상의 근거’는 있어야 한다. 따라서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하위법령은 법률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헌재 2017. 6. 29. 2015헌마654 등).

라.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발령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63). 이와 같은 포괄위임금지원칙은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준수되어야 한다(헌재 2014. 10. 30. 2013헌바368).

마.
헌법재판소는 ① 국립대학교 총장후보자에 지원하려는 사람에게 1,000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한 훈령은 기탁금 납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고(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②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별지 서식 가운데 세월호참사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합니다.라는 부분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여 법률의 근거 없이 대통령령으로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일체의 이의 제기 금지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7. 6. 29. 2015헌마654)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모법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되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시행령 조항은 무효이며,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15. 8. 20. 2012두23808).

바.
위에서 본 법리에 의할 때, 판사·검사 등 공무원에 대한 국정원의 신원조사는 ①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기준삼는 것으로서 신원조사를 거부하는 공무원 임용예정자 등의 공직취임권을 침해하고, ② 신원조사를 받지 않을 자유를 가지는 공무원 임용예정자 등에게 신원조사를 받을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침해하며, ③ 법률의 근거 없이 공무원 임용예정자 등의 공무담임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함으로써, 기본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④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규정된 대통령령과 대법원규칙의 신원조사 규정은 무효이며, 무효인 대통령령과 대법원규칙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5. 국정원 신원조사의 현실적 문제점

첫째, ‘신원진술서’가 존안자료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1997년 3월 17일자는, 「안기부 전직 실장급 간부는 “존안자료야말로 안기부가 가진 힘의 원천이다”고 말한다. 존안자료가 A4 종이로 1백 쪽 분량이 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20년이 지난 일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고 보도하였는데, 현재도 존안카드는 작성·유지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신원진술서를 근거로 작성된 존안자료 등을 토대로 국정원이 대한민국 거의 모든 공무원 특히 법원·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① 『문재인의 운명』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담당하여 처리했던 ‘신씨 일가 간첩단’ 재심청구 사건이 소개되어 있고,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서어리 2016)에는 국정원이 간첩으로 조작한 8건의 사례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② <머니투데이>는 2019. 8. 27. 국정원 프락치와 관련하여, 「국정원 사무실에 가서 진술서를 쓸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받았다’는 내용이 있기에, 한번은 “변호인 불러도 되느냐”고 물어봤더니 “죽여버리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다시 말하면 국정원이 간첩 사건을 조작해도 검찰이 기소를 할 것이고, 법원이 유죄판결을 할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기대(?)나 예상(?)을 하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되고, 변호인을 부르면 죽여버리겠다고 한 것도 자신들이 어떠한 불법을 저질러도 기소되지 않거나 기소되더라도 무죄 또는 가벼운 처벌만 받을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된다.

셋째, 신원조사가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방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국정원 개혁 관련 국정원법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데, 이것이 국회에서 의결되려면 먼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어야 하고(국회법 제54조), 그 다음 본회의에서 역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어야 한다(국회법 제109조). 그런데, 정보위원회의 위원 정수는 12명이므로(국회법 제38조), 정보위원 중 6명만 반대하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과할 수 없다. 전국 거의 모든 공무원의 신원진술서를 토대로 작성된 존안카드들이 종합되고 가공되어 정보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국정원 개혁에 소극적이 되게 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국정원이 모든 국회의원에 관한 개인별 존안카드를 작성하여 관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6. 국정원의 신원조사는 즉시 폐지되어야 함

국정원의 신원조사가 폐지되면 국정원의 이른바 ‘힘’은 급격이 약화될 것이다. 전직 국정원 간부가 말했듯이 ‘존안자료는 국정원의 힘의 원천’인데, 신원조사가 폐지되면 국정원이 더 이상 새로운 공무원의 ‘신원진술서’를 입수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새로운 존안카드를 만들 수 없으며, 새로운 신원진술서를 통해 기존의 다른 존안카드를 업데이트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정원 개혁도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전국 어느 부처에서 공무원을 신규로 채용하면서 국정원에 의한 신원조사가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인권위원회는 최근 연간 약 100만건의 신원조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즉시 폐지해야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판사·검사 등 공무원에 대한 국정원의 신원조사는 대통령령과 대법원규칙에 의해 행해지고 있으므로 신원조사 폐지는 대통령령과 대법원규칙의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즉, 법률 개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령의 개정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서명만으로 가능하고, 대법원규칙의 개정은 대법관회의의 의결만으로 가능하다(법원조직법 제17조).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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