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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관예우금지법, 합리적으로 해석·적용해야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서 행정업무만 담당하다 퇴직한 변호사가 퇴직 1년 내 헌법소원 등 헌법재판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다(본보 4월 16일자 1면 참고).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는 변호사징계위의 의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사안의 파급력까지 고려한다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대법원만 해도 사법연수원, 법원도서관, 법원행정처, 양형위원회와 같은 기관들을 두고 있는데, 변호사징계위의 해석을 확대 적용한다면 이런 곳에서 근무하다 개업한 변호사는 퇴직 후 한동안 대법원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 변호사징계위가 전관예우금지법(변호사법 제31조)을 너무 형식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 문제는 우리나라 법조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이고 이를 척결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이상 전관예우 문제의 해결 역시 헌법적 가치와 법률의 입법취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과거 1987년 변호사법에 전관의 '개업지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가 헌법재판소로부터 비례원칙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돼 폐기된 사례를 잊을 수 없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사법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전관예우 근절방안이 논의됐으나, 결국 위헌판결 후 22년이나 지난 2011년이 돼서야 지금의 '사건수임 제한' 입법을 통해 위헌 논란에서 벗어났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는 이를 디딤돌 삼아 수임제한 기간을 퇴직 후 3년으로 늘린다거나 고위직 법조인의 사건수임을 영구 제한한다거나 하는 입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이 역시 직업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대한 고려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

 

현행 전관예우 금지조항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금지규정이므로 형식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입법취지와 예측가능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사법행정과 법무행정의 문민화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전관예우 금지조항이 오히려 사법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 법원에서 내부 규범을 제정해 형사사건 재판부와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인이 선임되는 경우 사건을 재배당하고 있는데, 법조계에서는 이 조치가 전관예우를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본권을 제약하는 법률조항의 의미를 확대해석할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고 모두가 공감할 만한 아이디어로 뜻하지 않는 부작용들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전관예우금지법이 개정된다면 이번 사건과 같이 불필요한 규제로 해석될 만한 요소도 함께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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