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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채무자 회생법

[풀어쓰는 채무자 회생법] (1) 도산일반

올해 창간 70주년을 맞은 법률신문이 독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채무자회생법 지상 강의를 시작합니다. 강사는 전대규(52·사법연수원 28기)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모셨습니다. 전 부장판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25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 창원지법·수원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를 역임한 도산분야 전문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열독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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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상 강의를 시작하며

2017년 6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채무자회생법을 강의하였다. 이후 4년째 채무자회생법 강의는 계속되고 있다. 강의자료도 공개하였다. 강의와 자료공개에 이어 법률신문과 함께 채무자회생법에 관한 지상 강의를 기획하였다.

 

채무자회생법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전제로 기본적인 원리와 내용을 가급적 쉽게 서술하려고 한다. 도산일반(1회), 회생절차(6회), 파산절차(3회), 개인회생절차(2회)를 순차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2. 도산일반
1) 도산절차란 무엇인가

유사 이래 부의 불평등으로 빚이 존재하였고 필연적으로 변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빚을 갚지 못한 실패한 채무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도산절차다.


채무자회생법은 도산절차로 회생절차(제2편), 파산절차(제3편), 개인회생절차(제4편)를 규정하고 있다. 회생절차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의 채무를 조정하여 재건시키는 것이다. 파산절차란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환가하여 채권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개인은 면책절차가 있다. 면책이란 변제 후 남은 채무를 전부 없애주는 것이다. 면책을 통해 개인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개인회생절차란 계속적 수입이 있는 개인이 원칙적으로 3년 동안 일부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책시켜주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절차를 먼저 규정하고 있지만 파산절차가 원칙이고 회생절차는 예외이다. 파산이 아닌 회생을 시키기 위한 법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기 위하여 회생절차를 먼저 규정한 것이다.

2) 도산절차는 포괄적·집단적 집행절차이다

강제환가절차는 크게 3가지 있다. 하나는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절차이고 둘은 체납처분절차이며 셋은 도산절차이다.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을 하려면 집행권원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판결이다. 채권자는 판결을 받아 채무자의 특정재산을 압류한 후 환가하여 채권을 회수한다. 다른 채권자가 배당을 받으려면 배당요구를 하여야 한다.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채권이 없어지지 않는다. 배당을 받지 못할 뿐이다.


체납처분절차는 집행권원이 필요 없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곧바로 납세자의 재산을 압류하고 환가한 후 체납세금을 징수해간다.


도산절차는 어떤가. 원칙적인 파산절차를 전제로 본다. 파산절차도 집행절차이다. 다만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과 다른 점은 모든 채권자가 참가하고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대상으로 환가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집단적·포괄적 집행절차이다. 집행절차이기 때문에 집행권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채권자들에게 집행권원을 요구하면 신속하게 파산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집단적 채권확정절차를 마련했다. 채권자들은 법원에 채권신고를 해야 한다. 채권신고는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에서 배당요구와 같다. 그래서 채권신고를 하지 않아도 배당을 받지 못할 뿐 채권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채권신고에 다툼이 없으면 채권이 확정되고 다툼이 있으면 채권조사확정재판을 통해 확정된다. 파산절차에서 배당을 받으려면 반드시 채권신고를 해야 한다. 한편 회생절차에서는 채권신고를 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채권이 소멸된다. 회생절차는 채무자의 회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파산절차처럼 배당만 받지 못한다면 아무도 채권신고를 하지 않고 회생절차가 끝나면 전액을 추심할 것이다).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채권신고제도가 없고 채무자에게 채권자목록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신속한 절차 진행을 위한 것이다(채권신고와 채권확정절차에 관한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다룬다).


결국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절차와 체납처분절차는 개별집행절차이고 도산절차는 포괄적·집단적 집행절차이다.

3) 법원이 관여하는 도산절차가 필요한 이유

채무자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법원이 관여하는 도산절차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도산절차가 시작되면 채권자의 개별적인 권리행사가 제한된다. 그리하여 채무자는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고 질서 있는 정리를 꾀할 수 있다. 도산절차가 시작되면 ① 회생절차에서는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 ② 파산절차에서는 파산채권자 ③ 개인회생절차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제한된다. 이러한 채권자들은 도산절차 밖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도산절차에서 변제받는다. 도산절차에서 위 채권자들만이 권리행사가 제한되고 나머지 채권자들은 권리행사가 제한되지 않는다. 담보권자는 회생절차에서는 회생담보권자로서 권리행사가 제한되지만 파산절차·개인회생절차에서는 별제권자로서 절차 밖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둘째, 합의에 의하지 않는 권리조정이 가능하다. 자율협약과 같은 워크아웃절차에서는 일부 채권자가 반대할 경우 채무조정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이 관여하는 도산절차는 채권자의 다수결(회생절차)이나 채권자들의 동의 유무와 상관없이(개인회생절차) 권리조정이 가능하다. 반대채권자들에 대하여도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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