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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인정보법제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처하여, 한국은 초기에 감염자 폭발이 있었으나 그 후 신속한 대규모 검진 및 확진자 동선 추적 등으로 이를 비교적 잘 가라앉혔다. 한국의 확진자 동선 추적은, 올해 초만 해도 개개 조사관이 관계기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신용카드 사용내역정보 등을 수집하고, 이를 기초로 그 동선을 파악하여, 추가진단이 필요한 사람 또는 자가격리가 필요한 사람 등을 찾아내고 때로는 감염장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이었다. 최근 완성된 역학조사 시스템은 더욱 진보하여, 확진자가 확인되면 곧바로 위의 여러 정보를 자동 취합함으로써 10분 이내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신용카드 사용내역정보의 수집도 원래는 행정적 요청만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서 이러한 정보의 수집 및 이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였기 때문에, 그것이 실시되고 있다. 동법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역학조사를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역학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그 요구를 받은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은 위와 같이 파악된 여러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감염병예방법 개정 시에는 메르스 여파 하에서, 그 필요성이 우려를 압도하여, 많은 논의 없이 법률이 통과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의 상세한 설명이 없고, 국민들도 구태여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 때에도, 감염병예방법과의 관계에 대해서 별다른 논의가 있지는 않았다. 물론 위기상황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도 동선추적 앱을 필수적으로 넣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하여 목소리를 드높이는 시민단체는 많은데, 막상 가장 구체적이고 현저한 그 침해 사례인 현재의 코로나19 확진자에 관한 정보수집 및 공개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알아서 익명화하겠지라고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원래 각 분야의 데이터가 따로 익명화되면 여러 정보의 종합을 통한 개인의 동선추적이 불가능함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처럼 동선추적이 가능한 이유는, 동일한 방법의 가명처리를 하고 있거나, 관련 정보를 모두 수집한 후에 비로소 가명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간단한 가명처리를 했다고 해서, 익명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면, 비록 전염병 차단이라는 강력한 필요 하에서도 세부적인 익명화 조치가 정해져야 하고 준수되어야 한다.

 

전염병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것이 법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을 만연히 내버려둘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에 이 시스템이 악용되지 않도록 만들려면, 필요성 요건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또한 필요상황 하에서의 보안시스템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이유는 그 내밀 영역을 보호함으로써만 우리가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인정보법제에 대한 더 깊은 연구와 활발한 토론을 요망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