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프리즘

코로나19와 '비대면 계약'

160899.jp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세상은 코로나19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재택근무가 본격화되고 대면 미팅은 최소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기업 간 계약의 방식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변호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출국이 어려워진 카타르의 선박회사를 대리해 비대면 방식으로 한국의 선박회사와 선박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가까운 미래에 계약의 방식으로 보편화될 수 있는 '비대면 계약'에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소고를 밝히고자 한다.

 

어느 날 새벽, 핀란드의 헬싱키에 있는 선박중개인이 보낸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내용은 약 2주 후 서울에서 진행될 선박매매계약의 클로징 미팅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건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의뢰인과 단 한 번도 거래를 한 사실이 없고, 매입가가 1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선박을 매수하면서 비대면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서류를 받아 계약 당사자 및 계약의 실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원본으로 서류를 받아 위변조 사실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이처럼 비대면 계약은 시간을 절약하고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많다.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당사자들은 계약 체결 전에 당사자를 확인하고 인증하는 절차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계약에 필요한 서류의 위변조 문제와 서류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지의 문제도 있다.

 

필자는 2주 후 클로징 미팅에 참석하고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하여, 의뢰인에게 선박을 무사히 인도할 수 있었다. 선박이 인도되고서야 의뢰인이 필자에게 왜 연락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의뢰인은 비대면 계약의 핵심인 '신뢰'할 수 있는 중간자의 역할을 한국의 변호사에게 의뢰한 것이었다.

 

'법학은 수학에 가깝다'라는 말이 있다. 비대면 계약의 알고리즘이 있다면, 중간에 변호사가 존재하는 알고리즘의 결과는 신뢰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게 바로 변화하는 작금의 시기에 변호사의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성우린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