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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속제도, 국민 법감정에 맞도록 개선해야

일명 '구하라법'의 입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정식 회부되었다. '구하라법' 청원은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친권까지 포기하였던 고(故) 구하라의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구하라의 재산에 대한 상속을 요구하는 것을 계기로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에 대한 상속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입법청원이다.

 

현행 민법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상속인의 순위를 정하고, 배우자에 대하여는 직계존·비속 상속인과 동일한 상속순위를 가지되 그 상속분에 있어서는 2분의 1을 가산하고 있다. 한편,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나, 부모가 자녀에 대해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나 반대로 자녀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결격사유로 되어 있지 않다. 이번 '구하라법' 청원에서 보듯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저버리고 소위 '남보다 못한 관계'에 있던 부모가 자녀 사망 후 갑자기 나타나 그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 면이 분명히 있다. 어릴 때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친모가 아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자 갑자기 나타나 유족합의를 내세워 보상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아들이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자녀없이 배우자만 있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또한 사망한 아들의 의사나 국민정서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법상 유류분 제도에 대하여도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배우자가 아닌 자녀나 형제자매 등이 피상속인의 재산형성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에도 유류분을 인정하거나 과도한 유류분 비율을 인정하는 것은 피상속인의 의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2건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는 등 입법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행 상속제도에 대한 문제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개념이 달라지고, 가족 및 친족간의 유대감이 과거와는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법이 그와 같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상속인 결격사유에 관한 민법규정은 1958년 제정 당시의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유류분 제도 역시 1977년 도입 이래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는 이미 양육이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인 결격사유로 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되어 있고, 유류분 비율을 축소하고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도 발의되어 있다.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였다면 '구하라법'의 입법청원도, 그 청원에 수많은 국민들이 매달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국회의 본분은 입법임을 명심하고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상속제도에 시대적 변화와 국민의 법감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를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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