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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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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은 독자라면 아마 기억할 것이다.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전설의 명의 화타가 치료하고, 그러는 동안 관우는 거짓말처럼 웃음기 머문 얼굴로 바둑을 두는 장면을. 그런데, 혹시 관우가 뒀다는 당시 바둑의 기보가 어떠할지 궁금해 한 적은 없는지? 물론 관우를 비롯한 그 당시 사람들의 기보는 남아 있지 않다. 사실 현대 바둑에서 바둑의 진보를 이끈 것은 일본 바둑계였고, 그 이유는 기보를 거의 남기지 않은 중국·한국과 달리 개별 대국의 기보들을 비교적 철저히 남긴 일본인 특유의 기록 문화에 기인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둑의 기록인 기보 빅 데이터(Big Data) 축적의 결정판이 몇 년 전 '알파고'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AI의 본격 등장을 알렸다. AI를 마치 어느 다른 별에서 온 생명체인 양 받아들이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곱씹어 보면 AI야말로 우리 인간 공동체의 오랜 협력과 소통의 산물이고, 그 축적의 결과물이다. 생존을 위하여 또는 재미를 추구하여 인간들이 서로 쟁투하고 협력하면서 흩뿌린 수많은 정보들의 집합(Big Data)이 AI의 기초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AI에서 긴 세월 진화해온 호모 사피엔스의 체취를 느끼지 못할 바도 아니다.

 

Big Data와 AI는 법률산업에서도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관련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로펌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법률 AI 선도 업체와 함께 국가 과제에 도전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요즘의 COVID19 대유행의 환경 속에서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교류하지 않으며 '언택트'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비대면, 비접촉 서비스, 소비 등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법률서비스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그런 면에서 법률 AI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다른 산업계에서도 그렇겠지만 우리 법률 산업에서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의뢰인들은 정답의 제시 이전에 함께 걱정하고, 분노하며, 기뻐할 수 있는 변호사, 늦은 시간 알코올 기운이 섞인 목소리로 사소한 질문에도 응답해주는 변호사를 찾고 있으며, 그러한 스마트함과는 거리가 먼 변호사의 역할과 업무야말로 가장 오래도록 남아 AI에 대항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 우리 재야 법조인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들은 새로운 사건의 기보들을 만들어 나가 AI 세계를 더 풍부하게 만들 기초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세상은 늘 그렇게 정반합, 상생의 원리로 돌아가는 것인가보다.

 

 

임진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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