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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법조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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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법 시행 3일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이 법은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넘어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교통사고를 낸 경우 어린이가 사망하면 무기나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동일한 수준의 법정형이다. 청원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순수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위한 도로교통법과 함께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린다.

 

입법 과정은 '초스피드'였다. 이 법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신속한 입법을 주문한 지 열흘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어갔다. '민식이법' 통과에 반대하면 그야말로 '국민 역적'이 되는 분위기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여야는 패스트 트랙에 오른 법안 처리와 이를 막기 위한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면 법안심사소위로 일단 넘겨 심사하는 관행과 달리 이 법은 첫 상정 후 전체회의 단계에서 바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특정범죄가중법은 도주 같은 고의범 처벌을 위한 것인 반면, 과실범은 금고형으로 처벌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은 게 전부였다. 

 

이 법의 적정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회가 이번처럼 시행과 동시에 개정 요구가 빗발치는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소송이 제기됐을 때에만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구체적 규범통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잘못된 입법에 따른 폐해를 즉각 시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제21대 총선에는 지역구 102명, 비례대표 16명 등 모두 118명의 법조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시류와 정파에 영합하지 않고,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데 주력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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