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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어느 입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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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께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어린이가 차량에 치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그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차량이 어린이보호구역 앞 횡단보도에서 일단 정지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예견된 사고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운전자의 주의의무와 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한 처벌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2019년 12월 24일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인해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특별법, 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이 제정되고,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따서 '민식이법'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법 제정 전에 그 처벌규정이 다른 법률과 비교해 볼 때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예컨대 같은 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식이법의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입장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운전이 곤란해질 상태로 운전을 하는 것은 스스로 사고의 위험을 높임으로써 불법성이 중대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상 사고는 다양한 변수(예컨대 피해자의 돌발행동, 다른 차량 불법주차로 인한 시야 미확보 등)가 있고 부주의에 기한 사고가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양자의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을 같은 수준으로 보아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가 타당한지 여부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이와 같은 논란이 있다면 법 제정을 위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고일로부터 불과 3개월 만에 특별법이 제정되고 6개월 만에 시행이 된다는 것은 다른 입법들과 비교해서도 매우 성급한 느낌이 든다. 특히 부주의한 사고로 인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게 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민식이법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입법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 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면 그 비판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과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 이것이 민주주의 입법절차이다. 

 

법이 시행되는 첫날 청와대에 반대의 청원글이 올라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같은 반대 청원이 나오기 전에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새로 제정·시행된 특별법이 바로 개정의 논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서 '입법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새삼 생각한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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