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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명암(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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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이하 '검사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지금까지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무기이자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우월성을 뒷받침해 왔다. 이것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 법안(이하 '개정법')의 개정 내용에 포함됨으로써 1954년 제정 이래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연혁을 되짚어 보면 이 규정은 세 차례 걸친 개정을 통하여 오늘에 이르도록 경찰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이하 '경찰조서')에 대하여 검사조서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왔다. 1954년의 제정법은 성립의 진정함을 증거능력 요건으로 하면서 출발하였다. 이후 1961년의 개정을 통하여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하 '특신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엄격한 예외 조항은 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대법원이 주창해 온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실질적 진정성립에 이어 특신상태까지 인정된다는 단계적 추정론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추정관행이 깨짐에 따라 단서 조항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일었으나 대체로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이해하였다.

 

우리 형사절차에서 적법절차가 한층 무르익던 시기인 2007년에 이르러 위 조항은 또 한차례 엄격하게 개정을 요구받았다. 적법한 절차와 방식,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한 기재,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질 것이 그것인데 개정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점차 엄격성을 더해온 이 규정이 이번 개정법에서 정점을 찍기에 이르렀다.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의하고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이하 '개정조항') 사법경찰관의 그것과 동일하게 검사조서의 지위를 격하시킨 것이다. 이렇듯 검사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은 시대와 운명을 같이해 왔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연유로 그 변천사가 곧 피의자 및 피고인(이하 '피고인 등')의 인권보장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또 하나 중요한 연혁적 의의는 검사조서가 경찰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요건이 완화되어 있는 관계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검사의 수사주재자로서의 지위 부여에 중요한 법적 근거를 제공해 온 것도 사실이다.

 

사건과 근접한 현장에서 작성되는 신선한 경찰조서가 공판정에서 정작 증거로서 인정받기 쉽지 않았던 것도 다 이 규정 탓이다. 그런 까닭에 사실관계가 단순한 사건인 경우에도 정식재판이 필요하면 검사가 이중으로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 실무관행이었다. 만약 검사조서 없이 경찰조서만으로 기소하였다가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기라도 하면 조서없이 기소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검사조서가 있는 경우 피고인이 경찰조서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검사조서를 증거로 재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 조항으로 향후 수사현실과 재판모습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먼저 수사현실에서 예상되는 변화다. 개정 조항이 시행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로부터 송치된 사건을 검사가 거듭 조사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피의자를 이중조사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수사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대신 수사기관으로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증거 채취 절차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다음으로 재판 과정에서 예상되는 변화다. 2007년의 개정 형사소송법은 조서 재판을 극복하고자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여 피고사건에 대한 법관의 심증을 공판과정에서 형성하도록 하였다. 개정 조항에서는 검사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조서와 동일하게 함으로써 이후 공판절차에서 검사와 피고인 간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이 예상된다. 이런 사정 아래서 수사기관 조서의 역할이 후퇴하고 공판이 강화될 것이다.

 

개정 조항이 시행되면 우선 검사의 입증책임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보이고 법관 또한 올바른 심증형성을 위한 세심한 공판심리 진행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검사와 법관 모두 공판에 치중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사법절차의 중심이 자연스레 법원으로 옮겨가 사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정 이래 지금껏 경찰과의 관계, 공소제기 및 공소수행에서 검사의 보도(寶刀)와도 같은 역할을 하던 현행 제312조 제1항의 완화요건이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반면에 피고인 등의 방어권 보장과 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개정 조항의 핵심은 수사와 공판절차의 변화가 결국 피고인 등의 인권 보장을 위한 것이며 또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정 조항은 다른 조항과는 달리 공포 후 4년 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점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시행시기를 충분히 부여한 만큼 수사와 재판절차에서 잘 연착륙시켜 수사권 조정 취지에 맞게 시민의 인권보호로 이끌어내야 한다.

 

 

최영승 협회장(대한법무사협회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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