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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눈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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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년 전 단세포생물 내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소기관이 생겼다. 안점이라고 불리는 이 기관에서 다세포생물의 광감지세포가 진화했다. 광감지세포가 빛을 더 받아들이려다 보니 점점 더 오목한 곡면을 형성하며 원시적인 망막이 되었다. 곡면은 빛이 들어오는 작은 구멍만 남기고 공 모양에 가까워졌고, 작은 구멍에는 수정체가 자리 잡았다. 수정체 옆에는 점차 근육이 붙어 두께와 초점거리 조절이 가능해졌다.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도 수정체 바깥쪽에 생겼다. 두 개의 눈이 조금씩 정면을 향하면서 원근 감지가 가능해졌고, 어느 순간 색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앤드류 파커, 눈의 탄생). 

 

이것이 우리 눈의 발생사다. 너무도 복잡하고 정교해서 창조론의 근거로 거론되기까지 하는 인간의 눈은, 실인즉 오랜 세월에 걸친 작은 돌연변이들이 자연선택을 통해 축적된 결과물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빛을 잘 인식하면 그만큼이라도 생존에 유리하다. 선택압은 그 약간의 유리함에 끊임없이 작용했고, 결국 안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안구를 만들어냈다.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진화의 원리는 시장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 참가자의 새로운 시도가 돌연변이를 대신하고, 소비자의 수요와 선호가 자연선택을 대신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 위워크, 쿠팡, 마켓컬리, 타다, 토스, 카카오뱅크 등 새로운 스타트업이 등장할 때마다 규제당국은 묻는다. 너희가 기존의 사업과 다른 게 무어냐고. 전부터 있던 숙박업, 배달업, 임대업, 은행업, 택시사업을 조금 편하거나 조금 빠르게, 혹은 조금 세련되게 바꾼 것뿐인데, 무슨 근거로 혁신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하면서 다른 취급을 요구하냐고. 그러나 한밤중에 분유가 떨어져 발을 굴러봤다면, 택시기사의 호구조사와 지저분한 농담에 진저리를 쳐 봤다면, 송금할 때마다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OTP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지긋지긋한 기분을 느껴 봤다면,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하는 그 조금의 편리함, 신속함, 세련됨을 반길 수밖에 없다. 

 

사소한 개선이라도 소비자가 원한다면 의미가 있다. 작은 변화에 대해 소비자에 의한 선택압이 제대로 작용한다면 그 압력은 어느새 거대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미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서 새로운 시도에 대하여 기존의 규제를 확장하거나 심지어 없던 규제를 새로 만든다면, 시장의 선택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미래의 혁신도 나오기 어려워진다.

 

선택압이 차단될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도 자연에 답이 있다. 한때 눈을 빛내며 대양을 누비던 어느 물고기는 천적 없는 동굴에 정착하면서 더 이상 빛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바로 퇴행적 진화가 시작되었다. 눈이 점차 없어지고, 피부도 색을 잃어 투명해졌다. 눈 없는 동굴물고기는 그렇게 암흑 속에서 꼼짝 않고 약간의 먹이에 만족하며 변화 없이 일생을 보낸다. 평화롭긴 하지만, 그 평화는 동굴 속의 평화다. 동굴물고기에게 미래는 없다.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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