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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바이러스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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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멈추고 있다. 바이러스는 중국을 벗어나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정치·경제·문화 등 우리의 모든 일상이 느려지다가 그야 말로 ‘shut down’의 상태로 들어 가고 있다. ‘비말’, 마스크 5부제’와 같은 생소한 용어에도 익숙해지고, 마스크가 이렇게 귀한 것인지 알지 못하다가 기다림 끝에 마스크 2개를 손에 쥐면 행복하기까지 하다. 지하철에서 누가 기침이라도 하면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떠나게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사람과의 모임이나 활동은 피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어나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까. 법조계 역시 피할 길이 없다. 불요불급한 재판이나 수사는 미루어지고, 로펌들도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대면회의를 줄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많은 나라들이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의 제목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지구를 멈춰 세운 듯 하다.

 

과거 세계적으로 5000만 명 이상의 희생을 낳았다는 스페인 독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740만 명이 걸리고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었고, 다시금 코로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공할 전파력을 자랑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명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 아닐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돌아가는 일상이 과거의 일상이 아니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상이라면, 그래서 막연한 두려움마저 든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새로이 코로나20이 온다면, 그리고 21이 아니면 또 다른 이름이 붙여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그래서 우리가 1년 중 절반을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보내고 나머지 절반은 일상을 복구하는 데 보낸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젠 ‘바이러스의 일상화’를 생각하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백신의 개발과 같은 의학적 대처만으로는 끊임없이 등장할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이번과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것을 전제로 보건의료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국가의 방역체계를 정비하고,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하여 우리의 일상이 멈추는 일이 없도록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법조계도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도 재판과 수사, 출입국, 교정행정 등의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정교한 업무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삶을 조금 느리게 가져 가자고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잠시 돌아보자. 내 주위를,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어쩌면 우리의 삶이 조금 늦게 갈 때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삶이 조금 느리게 가는 것, 그렇지만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바이러스의 일상화에 맞춘 우리의 삶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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