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둔갑쥐 이야기

159959.jpg

옛날이야기 중에 사람의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둔갑한 쥐 이야기가 있다.

 

손톱을 깎으면 아무데나 버리는 남자가 있었다. 결혼을 하여 혼인식 후 재행(再行)길에 신부 집에 방문하는데, 똑같이 생긴 신랑 두 명이 서로 자신이 진짜라며 등장했다. 부모와 신부는 판단을 그르쳐 그만 진짜 신랑을 쫓아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낙심하여 떠돌다 어느 마을에 정착하였고, 어찌어찌 서당 훈장노릇을 하며 살았다(쫓겨나서 출세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을 지나던 어느 스님이 남자의 고민을 알게 되어, 절에서 기르던 수십년 묵은 고양이를 빌려주며 집에 가보라 일러주었고, 집에 도착하자 데리고 온 고양이가 가짜신랑 목덜미를 물고 흔드니 그놈이 쥐로 변했더라는 이야기이다.

 

옛날이야기는 뭔가 하나라도 교훈이 있는데, 이 이야기의 교훈은 '손톱을 아무데나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어릴 적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깎은 손톱의 행방이 교훈이라는 것에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21세기에 벌어질 수많은 비극을 막기 위해 현명한 조상들이 미래를 예견하여 만든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참이다.

 

그 옛날 신랑이 여기저기 뿌린 손톱은, 요즘 시대로 환산하면 사람의 신분과 신용이다. 신분증,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 그리고 명의를 여기저기 흘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문제다. 보이스피싱 등 피해가 발생하여 어렵사리 여러 수사기법을 동원해서 추적해 잡고 보면, 100에 99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이다. 돈이 급한 서민들이 대출을 해주겠다거나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덥썩 신용카드를 넘기거나 자기 계좌에 입금된 돈 심부름을 하다가 보이스피싱 방조범이나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입건되어 오는 사건이 많다. 한편으로는 안쓰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 명의 하나 못 지켜서 범죄에 이용된 상황이, 마치 손톱을 아무데나 버리다가 쥐한테 자기자리 뺏긴 신랑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많지도 않은 돈 몇푼에 너도나도 악다구니를 쓰는 척박한 세상에서, 돈 따위엔 비길 수도 없는 신용과 명의를 왜 그리 함부로 다루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ps. 뒷이야기. 가짜 신랑이 쥐로 변해 도망간 후, 신랑의 부모가 신부에게 "너는 쥐×도 몰라보냐!"고 타박했는데, 이후 그 '쥐×'의 19금적 수위로 인해 '쥐뿔'로 바뀌었고 오늘날 '쥐뿔도 모른다'는 말이 되었다는 것이다. 믿거나말거나. 그나저나 십수년간 키운 아들도 몰라본 주제에, 혼인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신부가 신랑을 못 알아봤다고 타박하는건 또 뭐람.

 

 

정유미 부장검사 (대전지검)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