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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재직(在職) 회고기(懷古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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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을 하는 교수가 쓰는 잡문이 법학지의 글감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회고기’라는 제목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임용 당시의 상황, 로스쿨인가 준비과정, 입시면접과 강의경험, 동아리 활동, 로스쿨의 미래를 위한 바람 순으로 쓰는 것이 어떨까 한다. 


2006년 3월 본 교수가 임용되었을 즈음에는 동문 쪽으로 주로 드나들었다. 당시 동문 부근은 지금과는 판이한 환경이었다. 교문을 들어서면 당시 인문대 건물(현재 법학전문대학원과 Art and Technology학부가 공동 사용하고 있음)앞에 완만한 오르막 구릉이 펼쳐지고 은행나무, 미루나무 등이 숲을 이루거나 줄지어 서 있었다. 그랬던 지형은 지금은 형질이 크게 변경되어 곤자가 기숙사, 지하 주차장, 지하상가 등이 들어서서 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변하였다.

각설하고, 법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들어와 보니 기존 교수는 8명이었고 새로 임용된 교수는 12명이었다. 서강대 법학과는 1988년경 창과되어 18년 된 사회과학대학 내 1개 학과였다. 어느 날 본 교수가 학과 교수회의에서 밖에서는 “1개 학과가 무슨 로스쿨을 추진하느냐”는 말이 들린다고 전하였다. 都下 경쟁대학들은 법과대학이 단과대학으로서 독립건물을 가지고 있거나 신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회대 건물에서 곁방살이하는 1개 법학과가 무슨 로스쿨을 유치하느냐는 세평은 본 교수가 보기에도 일견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일이 있은 후 학과 교수회의에서 단과대학으로의 독립을 건의하도록 의견이 수렴되었고 학교본부에서 받아들여져 법학과 정원도 40명에서 100명으로 증원되었고 법과대학으로 독립하였다. 본 교수는 당시 사법시험반 지도교수였는데 통상 12명~15명 정도였던 사법시험 합격자가 21명이 합격함으로서 로스쿨 인가를 앞두고 서광이 비쳤다.

2007년 9월 3명의 교수가 더 충원되고 로스쿨 신청 준비가 바쁘게 진행되었다. 학과 교수회의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하여 인가신청서에 담을 교육목표, 교과과정 설계 등 소프트웨어 구축으로부터 모의법정, 대형 강의실, 법학전문도서관 등 하드웨어 시설보완도 이루어졌다. 그러한 과정에서 돌이켜보면 서강대는 다른 학교에 비해 아주 경제적으로(?) 추진되었다. 로스쿨 개설을 위한 법정 최소교원수가 20명인데 23명으로 인가신청을 했다. 서강대와 같은 정원 40명을 배정받은 다른 학교들은 30명 이상 충원한 경우가 많았다.

본 교수는 로스쿨 준비과정에서 김앤장, 태평양, 세종, 율촌, 바른, 충정 등 15대 로펌과 헌법재판소, 등 유관기관과 실무수습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로펌과 기관에 따라서 흔쾌히 응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 여러 번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여 성사시키기도 하였다.

2008년 25개 로스쿨 인가가 난 후 세간에는 법대 역사가 일천한 서강대가 로스쿨에 진입한데 대해 다소 의아해 하였다. 본 교수가 서강대에 임용을 신청할 때 다른 몇몇 대학의 교수들이 자기 학교로 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면서 서강대는 로스쿨 인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학내에서도 아카데믹한 학교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로스쿨 설치에 대해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기류도 상당했다. 그만큼 서강대가 로스쿨인가를 받는데 있어서는 학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로스쿨이 인가된 후 교수들은 새로 출범하는 로스쿨 강의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꼈다. 전국의 로스쿨 교수들 모두가 이에 대해 고민했다. 로스쿨 출범 이전부터 사법시험 문제가 판례 위주로 출제되어 오고 있었는바, 그에 맞추어 과거의 학설과 이론 중심 강의에서 판례를 중시한 강의로 변화되고 있었지만 말이다. 교수들은 강의안을 새로 만들고 로스쿨 교원평가제도에 의해 한층 강화된 연구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야 했다.

로스쿨 출범 후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2009년 로스쿨 개원 후 학사과정강화로 전면적 상대평가제가 시행되자 학생들은 강의 첫 시간에 들어보고 강의계획이 타이트하다거나 동료학생의 면면을 살핀 뒤(우수한 학생이 수강하는지 여부를 살핌)빠져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학교 교수로부터 너무 많은 학생이 신청하면 교수들이 개인발표나 과제부과를 공지하여 수강학생을 줄이는 경우까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수년 후 필수, 심화과목에 대해서만 상대평가하고 선택과목과 수강생이 적은 과목은 절대평가를 하게 함으로써 그러한 현상은 줄어들었다.

로스쿨 입학시험에서 면접시험 방식도 변화되었다. 입시원서 등 자료를 살펴보면서 면접을 진행해 오다가 2016학년 경부터 부모의 직업이나 출신학부에 따른 선입견이나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블라인드 면접으로 바뀌었다.

면접시험에서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1기 면접시험 때 모 학생이 가, 나군 모두 서강대를 지원했는데 공교롭게도 본 교수에게 두 번 다 면접시험을 보게 되었다. 두 번 다 본교에 지원한 이유를 물었더니 카톨릭 신자이고 공부를 많이 시키는 서강대 학풍이 마음에 들어 두 번 다 지원했다는 것이다. 면접문제에 대한 답변도 문제에 나타나 있지 않은 숨은 조건까지 끌어내 분류해 가면서 아주 논리적으로 잘 해 좋은 점수를 주었다. 입학한 후 그 학생이 본 교수가 지도하는 환경법 동아리에 가입해 북한산 등산도 같이 하곤 하였는데, 면접 때 본 교수가 후속질문을 많이 해 진땀을 뺐고 불합격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 반대였음에도 말이다.

로스쿨 교수생활을 마감하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학생들과 소통할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마음이다. 환경법 동아리 학생들과는 북한산등산을 하거나, 둘레길을 걷기도 했다. 등산 후 음식점 족구장에서 족구를 같이 하다가 넘어져 손목에 큰 부상을 당해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어 깁스를 하고 고생을 한 적도 있었다. 또한 환경법동아리 학생들은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지원으로 행해지는 한국토지보상법학회의 답사여행에 서강대 로스쿨 학생들만 참가하는 특전(?)을 누리기도 했다. 새만금방조제, 시화조력발전소, 장성댐, 지방문화재이전관계로 완공하고도 담수하지 못하고 있던 영주댐과 부석사, 한탄강댐 등을 답사하였다. 그러한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법학공부 방법에 대한 지도도 해 봤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변시 발표 후 찾아오는 졸업생들이 환경법이나 공법기록형 점수가 좋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실습과정’강의는 실무수습과 봉사활동만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로펌 등 수습기관에서 취급한 사례를 조별로 발표하게하고 무작위로 학생들에게 질문을 함으로서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발표사례의 법적 쟁점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Legal Mind를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방법이었지만 학생들로서는 꽤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재판진행방식도 많이 바뀌어 변호사나 검사에게는 문서작성 뿐만 아니고 법정에서의 프리젠테이션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듣고 있다. 로스쿨 교육에서도 이에 적응하기 위해 발표와 활발한 토론 수업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버드 로스쿨에 다녀온 법조인들에 의하면 미국 학생들은 한국학생들이라면 감히 못할 질문도 서슴없이 한다고 한다. 2012년 본 교수가 1년간 경험한 UC Berkeley 로스쿨에서도 그러한 장면을 목도하였다. 로스쿨교육에서는 강의시간에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가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서강대 로스쿨은 8회까지 시행된 변호사시험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9년에 졸업한 8기생들은 서울대 로스쿨에 이어 전국 2위의 초시 합격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동안 law clerk와 검사 임용에서는 미흡했었던 바, 향후 재학생들은 물론 학교 측의 이에 대한 대비와 분발이 있었으면 한다.

본 교수는 로스쿨 교수생활을 마감하면서 경험을 바탕으로 논문 두 편을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지역균형발전이념 하에 변호사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배분된 경향 간 로스쿨정원의 구조조정,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의해 허용되고 있음에도 지방 로스쿨 협의체의 결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편입학시험의 시행, 고비용/저효율 완화를 위한 로스쿨평가제도의 실질적 개선으로 로스쿨 졸업자수가 자율적으로 감축, 조정되게 한 다음, 응시자의 80~90%가 합격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국가고시와 같이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꾼 로스쿨제도도 이제 10년을 경과했으니,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보다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은기 교수 (전 서강대 로스쿨)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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