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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연기 여부는 법률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총선 연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어 대면 접촉 방식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등 정상적으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고 투표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 대표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총선 연기는 국민적 혼란을 초래하고 입법부 공백 상황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등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각 정파의 정치적 득실이 아닌 법률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민생당에서 선거 연기를 주장하면서 "질병, 재난, 전쟁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게 정치의 목적임에도 목전의 선거가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기술의 발달 등으로 대면 접촉 중심의 선거운동은 그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헌정사상 선거가 연기된 전례도 없다. 대한민국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선거였던 제2대 대선은 6·25 전쟁 중인 1952년 8월에 치러졌다. 전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8.1%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연기는 필연적으로 입법부 공백을 가져온다. 4월에 정상적으로 총선이 치러진 경우에도 원 구성 협상이 어려웠는데, 총선이 연기되면 입법부 마비로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국회의원 임기는 법률상 연장할 방법이 없다. 21대 국회 개원을 위해서는 국회의장단 구성이나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위한 여야 간의 원 구성 협상이 필요한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입법부의 공백은 헌정 중단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선거 연기는 국민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법률과 달리 법률 제·개정에 여야 합의가 필요한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해야 한다. 

 

선거 연기 여부는 정치적인 고려가 아닌 공직선거법 규정에 충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96조 1항은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중략)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이 '할 수 있다'가 아닌 '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에게 선거 연기 사유에 대한 판단 권한을 준 것이 아니라 천재지변이나 그에 준하는 부득이한 이유로 도저히 선거를 할 수 없다면 선거를 강행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현재 상황을 볼 때 코로나19 확산이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 연기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선거 연기 검토 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다. 상황이 급변해서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되는 경우라도 법률에 충실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만에 하나 최악의 경우가 온다고 하더라도 연기 대상을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는 등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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