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광장

보석 취소 결정 후 기존 재판의 통상적 관례에 대한 몇 가지 단상

관행이 편하다고 내버려 둘때 국민의 생명과 자유는 침해당해
법치는 꼼꼼하게 확인하며 나가야

159901.jpg

관행은 언제나 익숙하고, 편하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때로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 특히 법치의 영역은 국민의 생명, 자유 그리고 재산을 박탈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별 다른 문제 없이 해 온 관행이라고 할지라도 법치의 영역에서는 반드시 법조문을 앞에 놓고 확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법조문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경우라면 위헌법률심판제청 혹은 대법원 유권해석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 항소심 사건이 기사화되었다.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다. 서울고법은 전직 대통령의 보석을 취소하고, 구속하였다. 이때까지는 형사재판에서 늘 보아온 관행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다음날 기사에서 전직 대통령 변호인단이 고등법원의 보석취소결정에 대하여 재항고를 했다고 나왔다. 이에 고등법원은 구속집행정지를 통하여,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였다는 기사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기사를 접하는 순간!

 

"이게 뭐지?", "도대체 왜?" 라는 물음이 하루 종일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재항고는, 재항고의 법적 성격은, 그 효과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차근차근하게 살펴본 일천하고 단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석의 취소를 할 수 있는 사유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2항에는 1. 도망한 때 2. 도망하거나 죄증을 인멸한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3. 소환을 받고 정당한 시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 4. 피해자, 당해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5.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한 경우를 보석 취소 사유로 정하고 있다.

 

항소심에서 실형이 나오는 경우 통상적 관례는 법원은 보석을 직권 취소하고,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왜냐하면 보석취소결정을 하면 기존의 구속영장 효과가 회복되어, 구속하면 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실형이 나왔다는 것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보석취소결정을 한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피고인 측 변호인도 수긍하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관례는 인권침해 문제와 법리 오류를 안고 있다.

 

먼저 인권침해 문제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고등법원이 직권보석취소하고 구속을 해 온 관례가 불법구금이 될 수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415조에 의하면 '항고법원 또는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재판에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즉시항고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고등법원의 보석취소결정에 대한 피고인 측 재항고의 법률상 성질은 즉시항고이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410조에는 '즉시항고 제기 기간 내와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등법원이 보석취소결정을 한다고 할지라도 형사소송법 제410조에 의해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 즉, 7일 동안 보석취소결정의 재판효과는 정지된다. 

 

고등법원이 보석취소결정을 해도 7일 동안 집행할 수 없다. 보석이 여전히 유효하다. 잡아 가둘 수 없는 사람이다. 최대 7일 동안은! 그러므로 보석취소결정 후 바로 구속을 해 온 고등법원의 관례는 불법 구금의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현재 형사소송법 제410조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고등법원에서 피고인에게 보석을 취소하여도 7일 동안 그냥 풀어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등법원에서 보석을 취소하는 이유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명백하여 취소하는 경우' 제410조의 법문에 따라 그 보석취소결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7일 동안 결정의 집행이 정지된다면, 피해자의 신변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사건의 경우, 실형이 선고되어 보석을 취소하는 경우 집행이 정지된다면 도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위해 및 도망할 기회도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현재 고등법원의 판단에는 법리오류가 있을 수 있다.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즉시항고이고, 재판의 집행정지 효과가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러므로 고등법원의 보석취소결정에 대하여 재항고를 한 경우 제기한 날로부터 재판 집행정지 효과가 발생한다. 

 

즉시항고를 하면 구속할 수 없다. 그냥 풀어주어야 한다. 보석 효과가 여전하니까! 여기에는 어떠한 이유도 필요 없다. 그러므로 고등법원 보석취소결정 후 '구속의 집행정지'를 통한 석방은 어색하다. '구속의 집행정지' 없이 바로 석방해야 한다. 법리 해석 오류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상고심 판단까지 집행정지가 유지된다면 앞서 설명한 도망 등의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난다.

 

'상소권회복신청'에 관하여 '필요적으로 집행정지'규정이 실무상 너무 큰 괴리를 만들어 '임의적 집행정지'로 개정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즉시항고의 필요적 집행정지에 관한 규정을 '임의적 집행정지'로 개정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보석 취소 결정 후 기존 재판의 통상적 관례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말해보았다. 관행이 위법을 적법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관행이 편하다고 내버려 둘 때 국민의 생명과 자유는 침해된다. 법치는 꼼꼼하게 한땀 한땀 확인하면서 바르게 나아갈 때 정의의 영역에 도달한다.

 

필자는 평소 늘 존경하고 가르침을 구해오던 고등법원 고위직 판사님께 본 사건의 해석에 관련하여 지혜를 구하였다. 

 

판사님께서는 "본래 인간이 완전할 수 없지요. 그러니 만든 법도 그러할 터이고, 그 해석의 어려움과 다양함도 여기서 유래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오늘은 이 말씀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승재현 박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