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광장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중국의 임의후견제도 이용 현황

159752.jpg

중국 상하이에서는 2019년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후견제도에서 의사결정지원제도로'라는 주제로 제4회 아시아 국제 후견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 심포지엄은 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성년후견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장으로서, 2015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2016년 일본 나고야, 2017년 싱가포르에서 각 개최된 바 있다. 심포지엄을 통해 아시아 각국 전문가들은 각국의 치매고령자,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한 노력을 공유하고, 각국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중국에서 2017년부터 새로 시행한 임의후견제도(Intentional Guardianship) 아래에서 중국의 의사결정능력 장애인 보호 제도 정착과 발전을 위한 제3회 중국 후견법 세미나(The 3rd Chinese Seminar on Guardianship Law)도 겸하였다. 이 때문에 심포지엄은 주로 임의후견제도를 비롯한 의사결정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올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공유할 수 있는 주제들로 구성되었다. 

 

심포지엄 주제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중국의 임의후견제도에 대한 시각이었다. 중국은 2018년 기준 만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2%에 달하여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임의후견제도를 성년후견제도보다 먼저 도입하였다. 중국 임의후견제도는 본인이 향후 판단능력이 부족해질 때를 대비하여 후견인이 될 사람과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동일하다. 우리와는 달리 중국은 임의후견계약을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는 있지 않으나, 후견개시 후 후견계약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공증하는 것이 실무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 때 중국 공증기관은 임의후견계약 공증을 함에 있어 ①본인의 의사능력 저하 정도, ②그 계약이 본인을 위한 것인지 등을 함께 검증한다고 한다.

 

이런 실무는 중국 공증기관이 후견등기 및 후견인 관리·감독 기능도 수행함으로써, 사실상 임의후견이 작동하는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 역할을 가정법원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다만, 공증기관은 후견인 변경, 해임 권한은 없고, 단지 법원에 변경 또는 해임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나아가 중국 임의후견제도 도입에 발맞춰 신탁회사들은 벌써부터 고령자들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후견과 신탁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였다고 한다. 아직은 그 이용이 저조한 편이라고 하나, 성년후견제도 도입 2년째 우리나라의 상황을 회상해보면, 중국 신탁업계가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상하이의 경우, 임의후견을 통한 고령자 권익옹호를 주 활동으로 하는 NGO 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심포지엄 마지막날 방문한 상해 사회복지협의회에서 만난 'Jinshan Guardianship Group' 대표는 이미 10명 이상의 고령자가 자신들을 통해 후견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중 2명은 실제 임의후견이 개시되었다고 소개하며, 상하이 주민들에게 임의후견제도를 홍보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8년이 되도록 31건이 이용되는데 그치고, 임의후견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중국이 임의후견제도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모습만 놓고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임의후견을 비롯한 의사결정지원제도를 도입하는데 더 적극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 필자가 만난 중국 법조인들은 홍보 부족, 인식 부족, 미래를 대비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 중국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한국, 일본, 나아가 임의후견과 유사한 '지속적 대리권 제도(Power of Attorney)'를 도입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바, 비단 중국만의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 역시 고령사회를 대비하여 고령자들이 자신의 희망대로 존엄하게 노후를 영위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적극적이며 신속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우리나라 임의후견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임의후견제도 현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배광열 변호사 (사단법인 온율)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