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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세청의 세무사등록업무 중단은 사법 판단 무시하는 처사

올해 초부터 국세청이 세무사등록업무를 일체 중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세무사법 관련 조항이 실효돼 세무사등록업무를 수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세무자 자격을 갖춘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 업무는 물론이고 신규등록 및 갱신을 원하는 세무사들도 등록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은 세무사등록을 신청한 변호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입법공백 기간 동안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 및 세무대리 가능 여부에 대한 질의가 기획재정부에 접수되어 국세예규심사위원회(예규심)의 회의 결과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니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작금의 혼란을 보면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직능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26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제6조 제1항 등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2015헌가19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가 법조항의 개선입법 시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못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해당 조항 자체가 실효된 상태다. 일차적으로 제때에 개선입법을 통과하지 못한 입법부의 나태와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 결정이 선고된 지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어긋난 법규정을 그대로 방치하다가 결국 개선입법 기한마저도 넘겨 법의 공백사태가 벌어졌다.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국회의 부작위(不作爲)다. 

 

행정기관 역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개선입법 시한인 2019년이 지나면 세무사법 규정이 실효될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기획재정부나 국세청이 법의 공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다거나 이를 대비하였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국세청은 해가 바뀌어 세무사등록업무의 근거 규정이 사라진 뒤에 기재부에 질의를 한 것이 전부다. 기재부의 예규심의 회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을 볼 때 기재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시급성을 이해하거나 충분한 문제 의식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세무사등록업무가 전면적으로 중단되어 신청자들의 직업 활동과 경제 활동에 지장이 초래되는 점을 도외시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생존권,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전면으로 반한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 등록갱신반려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2018두49154판결)이 선고되었음에도 당해 당사자에 대한 세무사 등록을 진행하지 않는 사실 자체로 사법부의 권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업무를 중단하고 있는 것 또한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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