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설

로스쿨 졸업생 채용 때 공정성 제고해야

최근 주요 정치인 중 한 명이 기자회견에서 “현대판 음서제인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부활하겠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부모의 사회경제적 부와 지위가 불공정 입학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것이 자녀들의 경제사회적 부와 지위로 이어지는 불공정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수년전부터 사회 일각에서 나온 주장이고, 그때마다 반론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공약으로 재등장하는 것을 보면, 로스쿨 제도가 한국사회의 불공정 지위세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믿음이 상당히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교육부 조사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입학에 불공정성이 드러나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몇 년 전부터 제기된 이 같은 로스쿨 비판 때문에, 원래 크지 않았던 이른바 정성평가의 비중이 더욱 감소하고, 정량평가에 의해 대부분의 입학생이 결정되고 있다. 또한 자기소개서 심사와 면접 과정에는 심사위원들 간에 상호견제가 작동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블라인드 방식의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로스쿨 입학자 결정에 부정이 개입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학과 학업유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입학정원의 7% 이상을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특별전형에 할애하도록 정해져 있고, 실제로 매년 이 비율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로스쿨에 입학한다. 또한 대부분의 장학금은 성적과 무관하게 경제적 취약자에게 지급되며,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통계상 소득3분위 이하의 전국 로스쿨 학생 1040명에게는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원되었다. 

 

그렇다면 결국 국민들이 로스쿨 제도에 대해 가진 불만은, 단순한 입시부정가능성이 아니라, 로스쿨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법조인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에게 대부분 주어지고, 또한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법조직역에 많이 진출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로스쿨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계층이동성이 지난 10~20년간 급격히 감소하면서 나타난 사회문제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현상황을 볼 때, 로스쿨 입학에서가 아니라, 채용주체의 재량이 작동하는 졸업생 채용과정에서는 지위세습의 문제가 전혀 부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엄격한 공적 절차로 진행되는 법원·검찰의 졸업생 채용에서야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겠지만, 대형로펌 신규변호사 채용은 어차피 사적 영역의 문제라서 로펌 측에 재량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이 작동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더 주목해야 한다. 대형로펌들도 당장 사건유치가능성이 더 있어 보이는 금수저 자녀의 채용보다는, 여기는 오로지 법률실력으로 신규채용을 하더라는 평판이 쌓일 경우에 가질 수 있는 로펌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

 

로스쿨 제도는 2009년 도입되어, 올해로 9년째 변호사 배출을 앞두고 있고, 그 커리큘럼과 학생들의 학업내용 등도 대체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뚜렷한 근거 없이 제도를 막연히 비난하기보다는, 입학이나 운영상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면서, 로스쿨 졸업생들의 진로 문제에서 국민들의 불신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또한 어떻게 해야 졸업생 진로에서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