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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공소장 공개여부를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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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조치를 놓고 형사사법 실무나 학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정치적 성격을 내재한 한 사건을 놓고 벌어진 일이지만, 단순히 정치적 분쟁을 넘어서 우리 형사사법절차를 보다 정교하고 합리적인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이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단지 검사의 공소제기 이후 공판준비단계에서 공소장의 복사본인 그 부본이 피고인 등에게 송달되고, 공판개시 후 모두절차에서 검사가 기소요지를 낭독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소사실이 공개될 뿐, 공소제기 이후 공소장 전문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는 않다.

 

사견이지만, 공소제기 후 공소장 공개는 일정부분 타당성이 있다. 우리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사절차는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주도된 가운데 밀행적으로 진행됨을 원칙으로 한다. 공소제기는 이처럼 폐쇄적인 수사절차를 거치면서 혐의사실을 충분히 확인하고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수사기관의 최종적 판단결과와 주장이라 하겠다. 원칙적으로 공개된 공판절차와 달리 밀행적인 수사절차에 대하여 최소한의 공개성을 확보하고 그 판단결과의 합리성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심사를 담보하기 위한 절차로 공소장 공개는 나름의 필요성을 긍정할 수 있다. 비교법적 예로 미국의 사례에서 공소장이 공개되는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는 대배심절차(grand jury)의 성격을 고려할 때, 최소한 최종적인 판단결과인 공소장(indictment)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미국의 예는 그 타당성을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첫 번째, 과연 우리의 수사절차에서 밀행성이 철저히 유지되고 있는가? 수사과정에서 획득된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관행적으로 노출됨으로써 피의자가 극복하기 힘든 부당한 타격을 호소하는 한편, 피의사실공표죄의 무력화가 지적된 사례들에서 볼 때, 다소 회의적이다. 두 번째, 우리 형사실무에 관행적으로 정착된 공소사실의 기재방식이다. 일률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공소사실의 특정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극히 상세하고 디테일한 내용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공소사실이 기재되는 예도 상당수다. 언론 등에 의하여 수사절차에 획득된 정보가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여기에 극히 디테일하게 작성된 공소사실까지 여과없이 그대로 공개된다면 이에 의하여 형성된 예단효과를 피고인이 극복하기란 대단히 어렵고, 이를 공판단계에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으로 해소하기도 곤란하다. 미국의 경우 공소사실의 기재방식을 보면, 공소사실의 형태에 따라서는 수십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공소사실이 상세히 기재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사실에 해당하는 죄목(count)별로 비교적 간결하고 기재 예가 일반적이다. 대배심절차의 폐쇄성, 공사사실의 기재방식 간 차이 등을 고려해 볼 때, 동일하게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더라도 그에 따라 피고인에게 가해질 수 있는 충격은 우리의 예와 동일수준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공소장(indictment)은 최종적인 유죄판단이 아닌 수사기관이 제시한 수사결과에 기초하여 기소하기에 충분한 혐의가 합리적으로 인정되어 기소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일 뿐으로 우리의 공소제기 역시 같은 개념이지만, 사법관헌인 검사의 판단이 아니라, 피고인과 동일한 다수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제시한 결론으로서 그 속성상 일정한 공개적 가치를 내포한다. 그리고 중죄(felony)사건이라도 피고인이 대배심절차를 포기하거나, 경죄(misdemeanor)에 해당하면 검사에 의한 기소(information)에 의하는 점에서도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여하튼, 공판절차를 통해 공소사실의 공개와 별개로 그 이전에 공소장 전문의 공개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구든 어떤 형태로든 형사사법절차와 접촉하게 되는 순간, 그 문제는 본질적으로 사회공동의 관심사로 전환되고, 사회공동의 문제해결에는 마땅히 객관적이며 시민들에게 선명히 공개된 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절차의 공개가 곧바로 피고인을 유죄로 추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최대한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절차의 공개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야기되는 피고인의 심리적 데미지를 남김없이 차단하는 것이 무죄추정원칙의 본래 의미도 아니다. 다만, 공소장 공개의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우리 형사실무의 제 특징 등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도 신중히 고민해볼 문제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