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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법복 정치인'논란을 보면서

- 국제인권법연구회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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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등록되어 있는 법관들의 연구모임 중에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것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 대법원장이 그 연구회의 창립회장이었고 그 회원들은 전 대법원장을 구속에 이르게 한 오늘의 사법부 사태를 촉발시켜 사법부에 대한 사상초유의 검찰수사를 불러 들였기에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유독 위 연구회 회원들 중에는 진보 내지 좌파 이념에 경도되어 있거나 그 이념에 따른 정치적 욕구를 강하게 가진 사람이 많다. 보수적 입장에 있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치받는 판결을 하기도 하고, '재판이 곧 정치'라고 스스로 공언하는가 하면,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주요 구성원들이 잇따라 오늘의 좌파정권 핵심부와 이를 뒷받침하는 집권 여당으로 직행하여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로 인하여 그들은 법관 사회에서 조차 비판 받으면서 '법복 정치인'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그들은 정치에 참여하는 이유로서, 식어져 가는 '사법농단' 재판의 열기를 되살리고 사법개혁을 제도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니 초심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아무리 숭고한 명제라 하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정치에 나선다는 것은 그동안 숨기고 있던 정치성향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들이 주도하여 이 정권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이끌어 온 '사법농단 척결'이라는 이름의 사법개혁이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위 연구회의 회원들이라 하여 모두가 그와 같은 이념과 정치 지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요 구성원들의 위와 같은 지향으로 인하여 연구회의 이미지 자체가 그와 같이 채색되어 버렸다. 국민들은 위 연구회의 회원이라고 하면 그 사실만으로 바로 그 회원의 정치적 이념을 그와 같이 추정하고, 그로부터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은 판결을 받아보기도 전에 벌써 결과를 예단함으로써 원만한 재판 진행이 저해되거나 판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음이 오늘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비록 그러한 예단이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 연구회 회원이라는 사실로 인하여 벌써 재판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이상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위 연구회의 전신이라 일컬어지는 '우리법연구회' 라는 것이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역시 진보 내지 좌파성향 법관들이 많이 가입한 연구회였고, 이념과 관계되는 사건이나 보수적 사법행정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2005년에 들어선 이용훈 대법원은 법원 안에 그런 단체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함에 따라 회원들이 속속 탈퇴하여 지금은 유명무실해 졌다. 

 

김명수 대법원은 위와 같이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하여 과연 이용훈 대법원과 같은 조치를 내릴 수 있겠는가. 참으로 결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이 연구회를 창립한 초대회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그는 이 연구회가 그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사법적폐청산'의 동반자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에 대한 신뢰'라는 대의를 앞세우고 이용훈 대법원이 겪었을 고뇌도 헤아려 어렵지만 후일의 평가에 대비하는 현명한 결단이 있기를 기대해 보는 것은 필자만의 헛꿈일까. 

 

이 연구회의 회원들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연구회가 국민들에게 위와 같이 특정 이념과 정치 지향적 이미지를 주고 있고 그로 인하여 그 회원이라는 사실만으로 벌써 자기의 재판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음이 오늘의 현실이 된 상황에서, 그 특정 이념에 계속 매진하겠다는 의도가 없는 이상 굳이 그 회원으로 남아 스스로 자기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이유가 있겠는지를 말이다. 

 

최근의 '법복 정치인' 논란은 그동안 감히 거론하지 못하고 잠재해 있던 뜨거운 감자, 국제인권법연구회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용우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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