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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기생충(Para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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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월 10일 거행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정말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다. ‘천만 영화’의 기록을 찍을 때 나도 1인분 몫을 했으니 아카데미 수상에 기여한 것이라는 자찬(自讚)에 빠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아카데미 상을 휩쓸었다는 ‘기생충’이라는 영화에 대해 말 한 마디 못하고 사람들의 수다를 조용히 듣고 있을 뻔 했다는 생각에 안도를 하게 되기도 한다. 

 

영화 ‘기생충’은 시상식 당일 트위터에서 160만 건이 언급되었고, 영화 속 '짜파구리'가 화제가 되어, 제조사인 농심은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고 하니, 가히 ‘기생충 전성시대’라고 해도 될 듯 하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블랙 코미디(Black Comedy)이다. 그 속에는 양극화와 빈부의 격차, 계층의 고착화, 학벌지상주의, 사교육, 청년실업, 물질만능주의, 갑과 을, 을과 을, 계급상승의 욕망, 치워져 버린 상승 사다리 등과 같은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문제들이 녹아 있다. 그렇다고 심각한 표정으로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블랙 코미디가 주는 웃음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해결책을 던져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깨끗이 잊게 하지도 않는다. 무언가가 뒤에 남아 있다. 웃음이 웃음같지가 않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직후 영국 BBC는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사진까지 곁들인 르포 기사를 방영하였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뿌리 깊은 사회적 분열을 반영한 영화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화에서 학위를 위조하는 장면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스캔들’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고 한다. 외신이 한국 사회의 ‘반지하’와 ‘조국 스캔들’을 부각시키는 것은 기생충의 메시지가 이를 통해 보다 잘 이해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영화로 돌아가 보자. 기택(송광호) 가족과 문광(이정은) 부부는 결국 참극을 벌이게 된다. 반지하 가족과 지하 가족, 그들 중 동익(이선균) 일가에 기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족 뿐이다.그들에게 참극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지 모른다. 기택은 자신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냄새’로 인해 동익이 불쾌감을 표시한 것에 대해 분노를 폭발하게 된다. 영화 속 참극과 폭발은 언제든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내재된 위험이다. 영화 속 기생되는 존재로 보이는 동익 일가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빌붙어 살아간다는 점에서 역시 기생충이다. 고착화된 시스템, 권력과 돈, 부정과 불의, 궤변과 위선, 반칙과 시류에 빌붙어 살아가는 것도 기생충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이 넘쳐나는 사회는 버티지 못한다. 기생(奇生)이 아니라 자생(自生)이 넘쳐나고, 기택과 같은 냄새를 누구도 가지게 되지 않는 사회, 우리에겐 그런 사회가 필요하고, 그런 사회를 만들 의무가 있다. 제2, 제3의 아카데미 수상작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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