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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수사받는 법에 대한 소고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변호사를 선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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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 받는 사람들이 경찰관이나 검찰 수사관에게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이야기하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잘못한 거 있으세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변호사를 선임합니까? 빨리 나와서 조사를 받으시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변호사 선임했다가 오해만 사는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 변호사 선임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권리다(더 궁금하신 분은 헌법 제12조 3·4항과 헌법재판소 2004. 9. 23. 선고 2000헌마138 결정을 찾아보시라). 

 

왜 일반 법률도 아니고 헌법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못 박아 두었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도 쉽게 침해될 수 있고, 너무나도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수사를 받는 사람은 갑을병정 중에 을(乙) 정도가 아니라 무기경신의 신(申) 정도 처지에 놓이게 된다. 대접받고 살아왔다는 사람들도 다 수사기관에 가서는 모욕적인 기분을 느끼고 온다.수사기

 

관에서는 캐묻는 것이 일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예의상 묻지 않을 질문도 많이 하고, "똑똑하신 분이 이런 것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식으로 퉁명스런 질문도 많이 한다.

 

수사기관에는 온통 수사를 하는 사람들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다. 당신은 장판파 전투의 장비처럼 혼자 상대편 본진에 뛰쳐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당신은 장비 정도의 전투력도 없지 않은가.

 

"아니 그게 아니라…."

 

해명을 하려고 하면 옆자리 수사관이 갑자기 맞장구를 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런 식으로 조사받으면 좋을 게 없어요."

 

"어허, 이 사람 안 되겠네."

 

"내가 수사만 15년 했는데 당신 같이 뻔뻔한 사람 처음 봤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조사받는 사람이야 수사기관에서 무엇을 두고 수사하는지 몰라 걱정을 하지만, 수사기관도 피의자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 명확히 모르는 상태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200%를 목표로 해야 겨우 50%나 건질까 말까 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소위 '큰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 그림은 실제 벌어진 일과는 동떨어진 추론일 가능성도 높다.

 

즉, 당신이 수사기관의 추론에 따라 사실관계와 다른 혐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수사기관이 나쁜 사람들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한 채, 방향을 잘못 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성실히 자기 일을 한다고 해도 잘못된 방향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어 나중에는 빼도 박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이 다른 진술을 하려고 하면 "왜 이전과 다른 말을 하세요", "여기가 장난하는 곳인지 아세요?", "세살 먹은 애도 아니고 전에 조사 받고 조서 읽고 맞다고 자필서명 다 하셨잖아요. 이제 와서 번복하는 거 보니 거짓말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라며 윽박지르는 말이 나온다.

 

때문에, 헌법은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피의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다.

 

 

조승연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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