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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무부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법무부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법무부가 보도자료를 내 장황하게 설명하고 추미애 장관이 직접 나서 해명도 하였으나 정치권과 언론은 계속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비공개 사유가 궁색하기 그지없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진보매체들도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정의당마저 법무부가 타당성 없이 무리한 감추기 시도를 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일각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피해보고자 하는 꼼수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의 원칙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기존 공소장 공개 관행은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잘못된 것으로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해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에 의하더라도, 공소제기 후 공소장을 공개하는 것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절차적 권리를 충실하게 보호하자는 명제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그동안 수사기관과 법무부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피의사실을 무분별하게 공개해 온 것은 근절돼야 할 잘못된 관행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무부에 대한 비판 여론의 핵심은 왜 하필 살아있는 권력이 관여된 이 사건부터 공소장 공개 관행을 바꾸기로 했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된 이후에도 국회에 공소장을 제공하고 공소사실을 공개해왔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인턴확인서 허위발급 사건이 그렇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무마 의혹 사건 역시 그렇다.

 

국회법(제128조)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제4조)에서는 국가기관의 자료 제출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법무부 훈령으로 법률상의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군다나 법무부가 들고 있는 훈령 제6조는 형사사건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나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의혹에 관한 형사사건이 과연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추 장관은 앞으로도 공소장 비공개 원칙을 견지해 나가고 검찰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전후맥락을 아무리 살펴봐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도 없었다. 이번 사태만 보더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쟁점은 사라지고 정치적 논란만 불거졌다. 국민의 지지가 없이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검찰개혁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