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따뜻한 말 한 마디

159355.jpg

아이의 방학에 맞추어 예약해둔 여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수수료를 내고 취소하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자제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활 반경이 집과 직장만으로 좁아졌다. 단순히 생활이 불편한 정도가 아니다. 3월부터 시작되는 법관연수도 전국 법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시행 여부 및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과연 바이러스뿐일까. 법정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쩌다 보니 평생 처음으로 소송 당사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믿었던 지인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생각일 거라는 추측만으로 명확한 서류를 남기지 않고 거래를 하다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기도 한다. 생활이 어려워 돈을 구할 목적으로 범죄행위인지도 모르고 가담하는 이들도 있고, 관행에만 따르다가 법규 위반이 되기도 한다.

 

재판 경험이 쌓이고 나이를 먹을수록 살얼음 같은 세상을 살아내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혹은 우연한 사정으로 누구든지 법정에 설 수 있다. 송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변화의 파도가 몰아치는 시대에 사건사고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것만으로 감사의 마음이 든다.

 

이러한 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말 한 마디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건네는 위로와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 어려울수록 곁에 있는 이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외국의 공원 의자들에는 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진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름 앞에는 그 사람이 어느 지위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하는 수식은 전혀 없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부모이며 자식이고, 친구이자 동료인, 보고 싶은 누군가라는 내용이 전부이다. 삶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소중히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요즈음이다.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를 잃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