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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비정상의 '상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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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에서조차 법치주의가 지켜지고 있지 않은데…."

 

지난달 31일 단행된 법관 인사을 보고 한 부장판사가 자조섞인 말투로 한 말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사법불신이 팽배하고 법치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한국법제연구원의 '2019 국민법의식 조사 연구'를 보도한 본보 30일자 1면 기사까지 떠올리며 이처럼 한숨을 내뱉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번 고위 법관 인사에서 법원장 및 고법부장판사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와 함께 고법판사 20명을 고등법원 재판장 역할을 할 '고법부장 직무대리'로 발령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인사가 상시화·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 개혁'을 기치로 내건 김 대법원장은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를 주요 과제로 삼아 실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관련 법률 개정이 지지부진하면서 발생했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27조는 고등법원에 '부(部)'를 두고, 부에는 부장판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부장판사는 그 부의 재판에서 재판장이 되며, 고등법원장의 지휘에 따라 그 부의 사무를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아니면 고법 항소심 재판장이 될 수 없다. 

 

대법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법 재판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편법이 동원됐다. 2018년 8월부터 시작된 '고법부장 직무대리' 인사다. 이번 인사를 포함해 현재 29명의 고법부장 직무대리가 고법 재판장 업무를 맡고 있다. 전체 고법 재판부 재판장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 같은 비정상적인 인사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나 사법부 등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사법부의 뼈대를 구성하는 법관 인사에서도 법치주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국민에게 준법을 강조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