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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다시 태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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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꺼야?” 

 

우리는 살면서 많은 곤란한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도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의 소리(96헌가11)에는 잠시 귀를 닫고 출제자가 원하는 정답을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말해야 한다.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도 곤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새로운 사건에 관여가 가능한지’, ‘내일까지 서면을 작성할 수 있는지’, ‘심야조사에 동의할 것인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정말 나에게 거부할 권리가 있긴 한 것인지, 이것들이 과연 질문으로서 구성요건해당성을 모두 충족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또한 가끔 스스로에게 그 때 회사를 그만 두었거나, 반대로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지금 더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해 보기도 하고, 일에 치여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게 될 때면, 다시 태어난다면 법조인의 길로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영화 주인공들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니 남을 탓할 수도 없다. 가끔씩 그 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이상 그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분명 똑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다행히(?) 삶은 두 세 번 반복되지 않으므로 우리로서는 어떤 선택이 좋은 결정이었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다(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닥치지 않았으며,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현재뿐이니, 그저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가끔 배우자로부터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꺼야?”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흠칫 놀란다거나, “음…그게…”라며 뜸을 들인 다거나, “근데, 저녁 뭐 먹지?”라며 급히 화제를 전환한다거나, “그럼 너는?”이라며 반문하기 보다는, 당연하다는 대답과 함께 “내가 만약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면 그것은 오직 그대 때문입니다”(헤르만 헤세, ‘내가 만약’) 같은 시를 읊어 줄 일이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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