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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원을 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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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9 국민법의식 조사 연구' 보고서(법률신문 2020년 1월 30일자 기사 참고)에 의하면 “법관의 재판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41.4%에 불과하였다. 이는 다소 우려스러운 점이기는 하나, “법관은 양심에 따라 재판하고 있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56.4%, “법관은 재판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58.5%,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고 있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67.6%라는 점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다수는 여전히 사법부를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무고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58.6%, “법은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64.4%였다. 

 

왜 이렇게 모순되는 듯한 의견이 혼재되어 있는 것일까? 이는 우리 사법체계가 기본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공정성과 안정성을 가지고 있지만, 개선되어야할 부분도 여전히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법신뢰 여부에 관한 문제를 단순히 '외부적 또는 내부적 영향을 받는지 여부'의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매우 편향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강도를 한 사실’ 또는 ‘채무불이행을 한 사실’이 증거에 의해 객관적으로 명백히 입증된다면 아무리 사회·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당사자라도 법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상소나 재심 외 다른 방법으로는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예컨대 "구속 여부나 양형 등의 과정에서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 않나?"라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양형기준과 같은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물론 재량의 영역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예외상황을 과장하여 사법시스템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사법신뢰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과 '법관의 양심에 의한 판결'을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공정한 절차에 의하더라도 실체적 진실과 다른 사실인정을 하면 당사자가 그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도 그 의미를 잃게 된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과 같은 시도는 실체적 진실을 더 정확하게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 중 하나이다.

 

위 조사 연구에 의하면 “국민참여재판은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80.6%였다고 하는데,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실제 재판에 직접 참여하여 서로 다른 주장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고 최종판단을 위한 고민을 하게 함으로써 사법신뢰가 어느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한다.

 

판결문의 투명한 공개도 사법신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모든 판결문이 공개되면, 재판에 참여하는 당사자들과 재판부도 거짓 없이 더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고, 부당하게 비정상적인 상황도 판결문에 그대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의 공정성도 담보될 수 있다. 

 

흰머리를 휘날리며 주말에도 기록을 열심히 검토하던 선배 판사, 재판준비를 하려고 이른 아침 출근하던 친구 판사, 그리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석명을 구하던 후배 판사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법원을 믿는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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