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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 대한 기준, 나에 대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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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학생이 학교 전산실에서 숙제를 마치고 나오던 중 컴퓨터에 꽂혀 있던 USB를 발견하였다. USB를 열어 보았더니 문서 파일 하나 없는 빈 USB이다. '누가 잃어버리고 갔나 보다. 마침 필요했는데 잘 됐다.' USB를 뽑아 간 지 며칠 뒤 전산실 문 유리창에 '잃어버린 USB를 찾는다'는 공고가 붙은 것을 보고 뉘우친 그 학생은, 공고에 적힌 전화로 연락하여 같은 대학 학생이던 주인을 만나 USB를 돌려주었다. 그 때는 주인이 자기를 절도로 고소할 줄은 몰랐겠지. 경찰은 그 사건을 절도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고소인은 검찰청에서 이 사건으로 딱히 피해 입은 것은 없으나 USB를 가져간 것은 나쁜 행동이므로 다시는 이런 행동 못하도록 엄벌을 원한단다. 기껏 찾아주었더니 절도로 고소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없다. “앞으로 고소인 본인도 평생 이렇게 엄정한 기준으로 사세요”라고 말한 후 죄명을 '점유이탈물횡령'으로 바꾸어 기소유예 처분하였다. 이 사건을 처벌했다고 소문나면 앞으로는 이런 공고를 붙여도 돌려주지 않을 것 같고, 전과 없는 새파란 젊은이를 전과자 만들기도 싫고. '고소인이 어려서 그렇겠지. 철들면 좀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어느 노인이 버럭 호통을 쳐 깜짝 놀랐다. 학생이 도서관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는데 자판 치는 소리가 거슬렸나 보다. 나는 학생의 자판 치는 소리는 듣지 못했으나 조용한 도서관에서 갑자기 ‘버럭’한 그 어르신의 호통 소리에는 놀라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본인 소리가 도서관 전체에 울려 퍼져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는 것은 모르고 자판 소리에만 온 신경이 갔던 것이다.

 

그 어르신을 보면서 수년 전 'USB 사건'이 기억났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나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다른 것은 단순히 나이가 적고 많음의 문제는 아니구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남을 비난하는 기준으로 나부터 바라보아야겠다. 작은 조직이건 큰 조직이건 직책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내로남불’의 부정적인 영향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무론 누구든지 네가 핑계치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로마서 2:1)


 

이성식 과장 (법무연수원 법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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