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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강의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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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조국 교수가 이번 1학기 서울대 일반대학원에 개설한 ‘형사판례특수연구’란 강좌에 ‘절제의 형법학’과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라는 교재를 올려놓은 강의계획서가 화제다. 언론은 ‘절제’라는 표현을 강조하면서 과거 교수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에는 전 정권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한 재판을 강조하다가 정작 자신이 피고인이 되자 갑자기 수사와 재판에서의 과도한 법적용을 비판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한다. 

 

실제 강의가 진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형사판례특수연구’라는 과목을 자신의 저서 2권으로 강의한다는 계획이 흥미롭다. ‘절제의 형법학’은 형법과 관련된 자신의 논문을 모은 책이고,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역시 형사소송법 중에서 증거법 관련 자신의 논문을 모은 책으로 알고 있다. 개설할 강의를 위해 준비한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교수가 소신껏 강의계획서를 작성하고 학생들이 이에 호응하여 수강신청을 하고 강의계획서대로 강의가 잘 이루어진다면 무슨 문제냐고 하겠지만 필자의 학생시절과 교수로 있으면서 느끼는 대학의 강의를 생각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80년대 대학 시절에는 강의계획서의 강의내용을 끝까지 수강한 기억이 전혀 없었고 강의계획서에 거의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도 강의계획서와 강의내용은 학생들의 희망과 기대를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여러 대학의 다른 교수들 강의계획서를 시간 날 때마다 찾아서 보면 참 황당한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미 출간한 지 20~30년이나 지나 도서관에서 대출조차도 어려운 책을 교재로 하거나 강좌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도 자신의 저서를 줄줄이 나열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강좌의 강의계획서를 ‘가져오기’ 기능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옮겨와 작성할 수가 있기 때문인지 몇 줄에 불과한 ‘강좌의 목표’에 있는 오자가 수년째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보인다. 자체 강의안이나 특정 교재를 알려주지 않고 과목에 대한 각종 교과서 중에서 자유선택이라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강의계획서에 강의교재나 참고문헌을 전혀 알려주지 않고 1주차에 강의과목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경우도 있다. 강의 첫 주는 강의소개만 하고 그냥 놀고 수강신청변경기간이 지난 다음 주부터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강의계획서의 강의내용이 모두 이루어지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필자에 대한 강의평가서에 ‘진도를 끝까지 나간 최초의 강의였다’는 내용을 계속 접하는 것을 보면 강의진도도 대부분 맞지 않고, 여전히 개선되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니 고등학교까지 사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은 대학이나 로스쿨에 와서도 공교육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교수들도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거나 편한 강의를 계속하려고 하니 대학과 로스쿨의 교육은 계속 헛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조국 교수도 논문 피인용 횟수가 높다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높다는 것을 자랑하면 더 좋겠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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