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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쉼표 하나에 5백만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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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로 문서의 내용이 완전히 바뀔 수 있으니 디테일에 신경을 쓰라는 조언은 변호사라면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문서를 꼼꼼히 보라는 취지이지만 쉼표 하나 때문에 그런 큰일이 일어날지는 딱히 와닿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쉼표’ 하나가 5백만불의 가치를 가진 사건이 있다. 

 

미국 메인(Maine)주에 있는 오크허스트 유제품사는 매일 생산되는 4만 리터 이상의 유제품의 유통을 위하여 122명의 트럭운전노동자들을 고용했다. 넓은 메인(Maine)주에서 트럭운전노동자들은 매주 40시간 이상 운전하며 배달을 했지만, 주 40시간 이상 근무 시 1.5배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주 노동법(26 M.R.S.A. § 664)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법이 '(1) 농산품; (2) 육류 및 어류 제품; 및 (3) 상하기 쉬운 제품을: 통조림 가공, 처리, 보존, 냉동, 건조, 마케팅, 저장, 배송을 위한 포장 또는 유통하는 업무'('The canning, processing, preserving, freezing, drying, marketing, storing, packing for shipment or distribution of: (1) Agricultural produce; (2) Meat and fish products; and (3) Perishable foods')를 초과수당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조항에서 'packing for shipment or distribution' 사이에 쉼표 (',')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해당 문구가 '배송을 위한 포장 또는 유통'이 아닌 '배송을 위한 포장 또는 유통[을 위한 포장] (packing for shipment or [packing for] distribution)'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업무는 유통이지 포장이 아니므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라고 단체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항소심까지 올라갔고, 항소법원에서는 아무리 의회가 유통 업무를 예외규정에 포함할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쉼표가 없이는 예외조항이 적용되는 업무가 '유통을 위한 포장'인지 단순 '유통'인지 그 해석이 불분명하다고 판단해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의 원심을 뒤집었다. O'Connor v. Oakhurst Dairy, 851 F.3d 69, 71 (1st Cir. 2017).

 

결국 회사는 Maine 의회의 '작은 실수'로 인해 5백만 불의 초과근무수당을 합의금으로 지급하게 되었다. 특히 영문 법령 및 계약서 조항의 경우, 이처럼 쉼표 하나가 그 해석의 결정적인 부분을 좌우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다루는 변호사라면 사소함을 사소하지 않게 다루는 세심함이 필요할 것 같다.

 

 

김동현 수석 미국변호사 (FLC DLA P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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