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프리즘

나쁜 놈들의 변호인

158921.jpg

“역사적 심판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사법적 진실만을 추구할 뿐이다.” 

 

2년 전, 국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방송사 중 한 곳은 악당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파트리크 메조뇌브’의 이 발언을 인용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로펌을 비판하였다. 그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변호사들만 모여 있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펌이라 다행히(?)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긴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은 재판정에서 대부분 나쁜 놈이 되기 마련이므로, 단순히 남의 회사 일이라고 무시해 버리기는 어렵다.

 

괴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나쁜 놈을 변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왜 법학을 배우는지, 왜 변호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지를 묻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고,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볼 때마다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언론은 종종 천하의 나쁜 놈들을 보도하고, 시민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분노하기 마련이며, 그 분노는 가끔 “저런 놈들을 변호하는 놈들도 다 똑 같은 놈들”이라며 우리를 향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로 수임을 거절할 수 없으므로(변호사윤리장전 제16조 제1항), 나쁜 놈들을 변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는 것은 때때로 억울한 일이다.

 

다만, 사건을 맡는 것과 그것을 다루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우리는 종종 “피고인은 위법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이, 그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변소(변명)를 하곤 하지만,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에서 목격한 것처럼 대부분의 악행은 그러한 무비판적 사고로 인해 만연하게 되는 것이므로, 단순히 일만 열심히 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우리는 법을 지키는 ‘파수꾼’이지, 있는 사실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을 가진 ‘마술사’는 아니다. 변호인으로서 수사과정이나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은 치열하게 다투어야 하지만, 증거를 은닉하거나, 사실을 속이도록 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악재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반대 입장에 있는 우리로서는 ‘사법적 진실의 추구’라는 가면을 쓴 늑대가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