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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마음을 얻기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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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법원 안팎의 사정, 급격한 사회 변화, 국민의 신뢰 회복…. 법원 내외 각종 공식적인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말들일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대다수의 판사처럼 옆으로 눈길 한 번 안주고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해 온 것 같은데 오히려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예고 없이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섭섭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힘들고 각박한 세상에 법원조차 기대고 믿을 구석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크다. 

 

밖에서 보면 법원은 아직도 여전히 모자라고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지난 몇 년 간 크고 작은 변화들을 체감하고 있다. 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들로 이루어진 경력대등합의부가 운영되고 있고, 법관에 대한 외부 평가 방안을 모색 중이다. 법원 내부 전산망에는 여러 사법정책현안을 논의하는 각종 협의체 참여 모집 공고도 자주 올라온다. 단순히 다수가 의사결정에 참여한다고 해서 그 결론이 항상 최선일 수는 없겠지만, 여러 정책결정 과정에 사법부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교환한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이다. 나 스스로도 '재판만 잘하면 나머지는 담당자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이한 마음에서 벗어나 재판제도와 사법정책 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나 역시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크고 작은 움직임들은 모두 보다 공정한 재판 실현을 위한 노력이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이토록 어렵고 기나긴 여정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한편, 기존의 관행을 뒤엎고 구조를 개혁하려는 노력이 언젠가는 사법부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열매로 돌아올 날들을 꿈꾼다.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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