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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치에 근거한 수배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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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요피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공개수배가 일부 시민들만 접근 가능한 장소에 벽보 형식으로 붙이는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정보화 시대에 걸맞지 않게 중요피의자 공개수배는 전단 형태로 작성되어 특정 장소에만 게시되고 있어 대다수 국민들은 수배전단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거 TV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개수배는 오래 전의 일이고, 대중화된 SNS는 물론 경찰청의 홈페이지에도 수배대상자들에 대한 정보는 전혀 게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배제도는 소재불명인 피의자에 대하여 수사기관 상호 간에 그 내용을 공유하고 피의자의 검거를 의뢰하는 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배제도에 대하여 법률상 근거규정은 없이 대검찰청 예규인 ‘기소중지자 지명수배·통보지침’, 경찰청 훈령인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 해양경찰청 훈령인 ‘지명수배 규칙’ 등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경찰청 훈령 등에 의하면 소재불명 피의자에 대한 검거를 의뢰할 경우 지명수배 또는 지명통보를 하도록 하고 있고, 지명수배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자 등을, 지명통보는 법정형이 장기 3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벌금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며 소재수사 결과 소재불명된 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모두 소재불명된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나, 지명수배는 혐의가 무겁고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를, 지명통보는 혐의가 약하고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수배제도는 기본적으로 수사기관 내부의 의사연락 내지 통지제도이므로 수사기관 내부의 예규나 훈령으로 규율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공개수배는 수사기관 내부의 의사통보를 넘어 특정인의 성명이나 주소, 연령, 범죄사실, 신체적 특징, 사진 등을 널리 일반에게 공개하게 된다. 여기에는 성명권, 초상권, 프라이버시, 자기정보 통제권 등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수반되게 된다. 경찰청 훈령인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은 제9조에서 공개수배 위원회를 개최하여 대상자를 선정하고 연 2회 중요 지명피의자를 공개수배하도록 하고 있고, 제10조는 공개수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언론매체·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한 공개수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규칙의 내용은 헌법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관계되는 공개수배제도는 형사소송법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한다. 아울러 수배제도의 효율성과 기본권의 보장을 조화롭게 이루기 위하여 공개수배를 포함한 수배제도 전반에 대하여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규율이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적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기본권 영역에 영치(令治)가 아닌 법치(法治)가 필요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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