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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구멍 뚫린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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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이 1일부터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금지한 세무사법 제6조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개정시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못박았지만 국회에서 개정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법률공백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무사 등록에 관한 근거 규정이 사라짐에 따라 세무사 등록 업무도 전면 중단됐다. 세무대리·세무조정 업무로 활동 폭을 키우려던 변호사들의 꿈도 기약 없이 가로막혔다.

 

더 큰 문제는 개정시한을 넘긴 늑장입법으로 법률에 구멍이 뚫려 사회·국가적 혼란이 초래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2016년 발생한 '선거구 공백기'가 대표적이다. 2014년 10월 헌재가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 별표1 국회의원지역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시한을 2015년 12월 31일까지로 못박았지만, 국회가 시한이 지나도록 개정을 하지 않아 제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1월 1일부터 3월 2일까지 62일 동안 선거구 자체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자행된 불법기부행위 등 선거사범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뿐만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국회의장 등에게 공문을 보내 "비례대표 출마 후보자 기탁금 조항 등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공직선거법 규정들이 개정시한을 넘겨 효력을 이미 상실했다"면서 신속한 개선입법을 촉구했다. 선관위는 "국회의원 선거를 90여일 앞두고 입법공백으로 입후보 예정자와 유권자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개탄했다.

 

DNA 채취과정에서의 인권침해적 요소 때문에 2018년 헌법불합치 선고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도 지난 해 말로 정해진 개정시한을 넘겨 지난 9일에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간신히 처리됐다. 

 

헌재가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법률공백 상태 없이 위헌 상태를 제거하라는 취지다.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는 의미도 있다. 이 같은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률공백에 따른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