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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의 개선이 필요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등 근로자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법의 취지에 맞추어 그동안 업무상 재해의 인정범위를 점차로 확대하는 등 근로자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근로자의 입증책임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업무상재해에 대한 인정기준과 그 입증책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재해의 기본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것을 요구한다. 근로자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위하여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그 자체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는 이에 더 나아가 업무상질병 중 일정한 질병의 경우 근로자가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의 경우에도 업무상 부상과 질병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 등 인과관계의 요건을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까지로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의학적인 인과관계의 입증을 의학적인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일반근로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근로자의 보호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법의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아 보인다.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하여는 기본적으로 입증에 필요한 각종 정보가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근로자로서는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운좋게 이런 정보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평가하기에 충분한 지식도 부족하다. 

 

또한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아니한 질병의 경우에는 보호범위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될 가능성도 있고, 의학적인 인과관계에 의존할 경우 법률적인 판단보다도 의학적인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우려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의 증명책임을 실질적으로 감경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주어진 입증책임의 엄격함을 상당히 해소시켜주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상당인과관계를 부당하게 강화하는 시행령의 규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법령의 재정비를 통해 근로자보호라는 법제도의 목적이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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