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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불법 앞 평등은 평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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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 지난 연말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에 대한 편파적이고 선별적인 수사와 기소를 막을 수 있는 기구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그동안 권력형 범죄에 대한 검찰권행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반성의 결실이다. 때로는 수사착수에서 머뭇거리기도 했고 기소재량권을 남용하기도 했다. 그러니 특권층 앞에서만 법이 평등하다는 인식이 굳어진 것이다.

 

이렇듯 검찰이 말하는 거악에서부터 일상적인 기초질서위반까지 법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각인되어 있으니 단속당하면 "왜 나만"이라는 반발이 튀어나온다. 재수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한다. 처벌위기에 놓이면 "왜 나만, 남들도 다했는데, 남들은 봐주고"라는 항의가 법집행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언론에서 불법이나 비리를 파헤쳐도 그런다. 일반 시민뿐만이 아니다. 법정에서조차 변호인이나 피고인도 주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소송에서도“다른 사람의 범법행위가 나보다 더 심한데 나만 처벌하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탄핵사유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남의 불법과 비교했었다. 여야 정쟁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전두환 씨가 남긴 유명한 항변 "왜 나만 갖고 그래"도 다른 독재자도 다 그랬으니 날 심판하려 들지 말라는 뻔뻔함이다.

 

그러나 불법을 저질러 놓고 형평성의 논리로 저항해봐야 자신의 행위가 정당화될 리 없다. 불법의 평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타인의 불법행위가 단속 또는 처벌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내 불법이 용인될 수 없다. 헛된 물귀신 작전일 뿐이다. 법 앞에 평등이니 불법 앞에서도 평등해야 한다는 항변은 일견 타당한 논증으로 보이지만 법적 사고의 오류다.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논리일 뿐이다. 헌법재판소도 법 앞의 평등은 불법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언한 바 있다. 헌법 제11조는 합법의 평등이지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데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다. 그동안 법적용과 집행이 평등하지 않은 직간접의 경험 때문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선별수사나 편파수사, 표적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상징적 표현인 유전무죄ㆍ무전유죄도 있다. 법의 잣대가 때로는 휘어지고 누구에게는 추상같지 않았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법에 대한 단속과 제재가 불공정하거나 평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단속이나 음주단속을 매일같이 할 수도 없고, 범죄와 비리가 있는 곳에 언제나 수사기관이 상주할 수 없기에 공권력집행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물망 같은 감시망을 쳐놓을 수도 없고 그런다 해도 암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법의 평등을 내세운 시민의 항변을 줄여나가려면 집행결손을 메워야 한다. 법은 있으나 법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집행결손이 생기면 생길수록 법신뢰는 떨어진다. 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규범신뢰가 쌓이고 시민의 규범의식도 강화된다. 그래야 불법의 평등을 허하라는 항변은 줄어들 것이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