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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2020년 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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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개인의 도산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한 속성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패한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산업계, 경제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산 상태에 빠지면 일반적으로 대규모 채무조정이 발생한다. 채무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 종업원, 거래처, 납품업체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공정한 처리가 필요하다. 

 

기업 경영 환경은 매일 변동하기 때문에 관련 절차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회생 여부와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공정하고 신속한 도산절차가 담보되어 있는지 여부는 평상시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측가능성이 확보되고 거래비용이 줄어든다면 보다 건실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도산을 신청하는 이유는 그 인격의 성질상 다소간에 차이가 있다. 기업이 도산을 신청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breathing room)을 제공하고, 그들의 사업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기 위함이다. 크든 작든 절망적인 파탄에 직면해 있는 기업은 구조조정을 시도해 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훨씬 질서 있는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개인에 대한 도산(면책)제도는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성격을 띠며 채무자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한다. 

 

2020년은 2와 0이 반복되는 운율감도 있어 새로운 비전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신문이나 TV 등 언론매체를 통하여 본 현실은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1단계 합의를 성사시키긴 했지만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해결될 조짐이 없고, 정치적인 이유로 한·일간의 갈등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령화와 잠재성장률의 둔화, 저물가 등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는 올해도 유효할 것 같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회생법원의 역할은 커진다. 2020년 경제 불황으로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이 더해지고 개인의 삶이 고단해질 경우 도산상태에 빠진 기업이나 개인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회생법원을 찾을 것이다. 회생법원으로서는 그들 모두가 한 가닥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절차를 좀 더 예측가능하게 운용하고, 개인에 대한 면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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