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상처 남긴 법관의 '정치행보'

158602.jpg

서초동 법원 기자실로 출근하는 길,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판사 구속하라'부터 '이게 나라냐', '사법적폐청산'까지.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이들이 엄동설한 매서운 추위에도 자리를 지킨다. 

 

유튜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권비호세력 판사 박멸' 등 빨간 화면에 담긴 원색적인 비난이 넘쳐난다. "정치판사 때문에 재판을 망쳤다"는 식의 막말이 넘쳐나면서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가 그 어느때보다 낮다.

 

현직 부장판사 신분이던 이수진(51·사법연수원 31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세밑에 제21대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7일 사직했다. 법조계에서는 충격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그가 떠난 뒤 사법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특히 컸다.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을 추구하는 법원의 신뢰에 큰 상처를 주는 행위", "가뜩이나 사법부의 정치화 우려가 높은데 대법원장에게 부담이 되는 부적절한 처신" 등의 지적이 동료 판사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하고, 사법부가 인권보장의 최후보루라 믿는 것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때문이다. 따라서 법관 개개인은 한 시민으로서 정치적 동물이기에 앞서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존재하는 헌법상 기구이다.

 

때문에 국민들에 비쳐지는 '법관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미국의 법관윤리는 '법관이 존중받기 위해서 해당 재판을 맡은 법관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부적절한 외관(appearance of impropriety)은 피해야 하고, 일반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실제로 독립성과 염결성, 공평성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외관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공평성의 외관(appearance of impartiality)'은 법관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외관을 창출하여서는 안 된다는 맥락에서 사용된다.(사법정책연구원, 미국의 법관윤리규범에 관한 연구 : 외관을 중심으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여의도로 향하는 이 부장판사의 행보는 큰 실망을 남겼다. 그는 사법개혁 완성을 외치며 법원을 떠났지만, 정작 법원은 그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