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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대만 '컨딩' 다녀온 김나영 변호사

스쿠터 빌려 해안도로 질주… 탁 트인 바다 보며 “그래~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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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딩에서 머무르던 숙소 근처에서 보이는 작은 해변과 기암 촨판스

 

며칠 새 ‘지난해’가 된 2019년도 무탈하게 잘 지나갔다. 과거로 치환되고 나니 괴로웠던 감각들도 어느 정도 무뎌지고 다시금 또 똑같은 일에 뛰어들 각오가 생기려 한다. 변호사로서든,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든 번 아웃 직전 나를 위해 일과 집에서 멀리 떨어져 보는 시간을 가지면 일상으로 돌아갈 동력이 생기니, 이때가 바로 여행의 적기이다.

 

“따뜻하고 맛있고 한적하고”

제주도와 많이 닮아


우연히 시간이 맞아 떨어진 10년지기 여행짝꿍과 고민한 끝에 ‘따뜻하고, 맛있고, 한적하면서, 할 일이 많지 않은 곳’인 대만 컨딩을 연말 여행지로 선택하였다. 이 곳은 우리나라 제주도와 닮은 곳으로 ‘배틀트립’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 때의 이미지가 꽤나 신선하면서도 좋았기에 컨딩을 큰 고민 없이 우리의 목적지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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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방문한 컨딩야시장은 2차로 찻길 양 옆으로 길게 펼쳐져 먹거리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12월 27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 대만 남부 제일 큰 도시인 가오슝 공항으로 입국하여 곧바로 컨딩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대만까지 비행기 세시간 반, 가오슝에서 최남단 컨딩까지 버스로 두시간 반 정도로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일정이라 이곳은 지친 직장인에게 추천할 만한 휴가지로 제격이다. 특히 사시사철 따뜻한 기후에 사는 사람들 특유의 여유있고 푸근한 표정, 길거리 고양이의 경계심 없는 몸짓은 극심한 기온차에 허덕이며 적응해온 우리네 느낌과 사뭇 달라 긴장을 툭 풀리게 하는 편안함을 준다.

 

먹거리도 다양

우유튀김·석과 등 골라먹는 재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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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박물관에서 사육사가 잠수복을 입고 물에 들어가 직접 가오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다만, 겨울 나라에서 따뜻한 여름 나라에 간다는 부푼 꿈에 여행 가방 속에 수영복까지 챙겼건만, '아 이곳은 정말 제주도와 닮았구나. 이런 바람. 바람. 폭풍이라니. 안녕 수영복 내년에 다시 꺼내줄게.'

 

우리는 계획도 없이 첫째날에는 컨딩야시장, 둘째날에는 국립해양생물박물관과 헝춘시내구경, 셋째날에는 대만 남단 스쿠터일주라는 완벽한 일정을 소화했다. 컨딩은 바람과 비가 섞인 겨울 날씨때문에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로, 비가 오지 않고 바람이 덜 부는 날에는 스쿠터일주로 동선에 변화를 주며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컨딩야시장은 2차로 찻길 양 옆으로 꽤나 길게 펼쳐져 있는데, 대만의 대형 닭튀김, 큐브 스테이크, 문어다리, 새우요리와 같은 대중적인 메뉴에서부터 대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우유튀김, 석과, 왁스애플 같은 것들도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우유튀김은 우유 푸딩을 따뜻하게 튀겨낸 듯한 것으로 느끼하지도 않고 아주 신기한 맛이 났으며, 석과는 이름처럼 딱딱할 줄 알았지만 뭉개지는 부드러움이 상큼했고, 왁스애플은 생긴 것과 식감은 파프리카 같은데 맛은 사과맛이 나서 와 세상은 넓고, 재밌는 것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객행위가 없고, 길거리가 깔끔하며, 따뜻한 웃음이 넘쳤다.

 

해양생물박물관 대형 수족관

관리시스템에 눈길이…


국립해양생물박물관은 컨딩에서 차로 사십분 정도 떨어진 헝춘 근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수 아쿠아플라넷 정도의 큰 규모로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공부하기 좋게 분류해둔 곳이다. 단순히 관람을 목적으로 만든 수족관이 아니라 시대별 해양생물, 지역별 해양생물, 포유동물 등을 잘 나눠놓고 학습을 위한 자료로서 말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들어두었다. 수조 속에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 청소하는 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어 관리가 철저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형 터널형 수족관에 사육사가 직접 잠수복을 입고 들어가 가오리들 입에 먹이를 집어넣어 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오리 보다 관리시스템이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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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스쿠터 일주. 운전면허 없이도 빌릴 수 있는 전동 스쿠터를 컨딩시내 곳곳에서 빌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운전을 할 수 있고, 최대 52키로 정도의 저속으로 달려 꽤나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무엇보다 너무 재밌다. 해안도로를 따라 전속력으로 내달릴 때 주변에 차도 사람도 없다 보니 미친사람처럼 소리를 내지를 수도 있었다. 해가 지는 노을을 향해 달리며 속에 쌓인 먼지같은 묵은 감정을 토하듯 힘껏 웃어젖히며, “그래 이거지. 이거야”를 되뇌었다.


컨딩에 다시 오고 싶은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단연코 스쿠터 드라이빙을 말할 테다. 그리고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한가로움, 탁트인 바다와 하늘을 보며 시원하게 웃고 싶을 때 한번쯤 생각날 곳이다.

진심으로 좋은 연말 여행이었다.


김나영 변호사 (사법연수원 44기·한화건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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