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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삶에도 '유산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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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다 갈아 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다."

 

'싹-다'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후크가사로 최근 펭수 버금가는 열풍을 몰고 다니는 신인 트로트가수 '유산슬'. 그의 정체는 바로 29년차 국민MC 유재석이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제(?)로 트로트계에 입성하게 되면서 유재석은 트로트계의 용을 꿈꾸는 가수지망생 유산슬로 변신해 신선한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유산슬은 신곡 홍보를 위해 인천차이나타운과 합정역출구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 아침마당에 출연해 신인 트로트 가수들과 경연을 펼치기도, 선유도 공원에서 단 2시간 만에 초저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각종 지방행사 무대에 올라 시민들과 소통하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대중들이 유산슬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최정상MC로 안정적인 진행을 하던 유재석이 B급 트로트가수 유산슬로 좌충우돌 하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기존 예능에서 접할 수 없었던 즐거움과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유산슬의 행보를 지켜보며, 내 삶의 일부에도 ‘유산슬’ 같은 독립된 자아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를 갈망하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의 엄마이기도 하고, 아내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며, 변호사이기도 하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기도, 글을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다양한 정체성이 존재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변호사라는 자아가 너무 크게 드리워져, 변호사엄마·변호사아내·변호사친구·변호사인 강사·글 쓰는 변호사가 되어버렸다. 택시를 타는 순간까지도 ‘변호사인 승객’이 되어 기사님들의 법률상담을 하고 있노라면, 법조인의 삶과 분리되어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반추하게 된다. 

 

해마다 법정 휴정기가 돌아오면 변호사와 완전히 단절된 다른 삶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는 오랫동안 고이 접어왔던 드라마 작가의 꿈을 꺼내어 공모전에 도전해 볼까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대신에 올해만큼은 고되고 지루한 일상을 ‘싹-다 갈아 엎어줄’ 당신만의 ‘유산슬’을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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