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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공소장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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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의 사문서위조 사건에서 재판부와 검찰의 충돌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재판부의 공소장변경 기각결정에 대해 검찰이 항의하여 검사의 퇴정까지 언급되고, 공판조서에 ‘별 의견이 없다고 진술’이라고만 기재된 것을 두고 허위공문서작성에 해당된다는 주장에 이어 기소 후 압수수색이나 참고인조사에 대해 증거능력 인정이 어렵다는 반응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공소장변경에 대해 살펴보면 검찰이 처음 기소한 내용은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2012년 9월 7일 동양대 교수연구실에서 피고인의 딸을 유명 대학원에 진학시킬 목적으로 컴퓨터파일로 표창장을 출력해서 총장 직인을 날인하여 위조하였다’는 것이었고, 이후 공소장변경을 신청한 내용은 ‘피고인의 딸과 공모하여 2013년 6월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의 딸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시킬 목적으로 피고인의 아들 상장을 캡처한 뒤 워드문서에 삽입해 동양대 총장 직인 이미지를 붙여 넣어 위조하였다’는 것이다.

 

재판부에서는 변경하려고 하는 공소사실은 공모자, 일시, 장소, 목적, 방법 등 5가지나 처음 공소사실과 달라서 그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소장변경을 기각하였다. 과연 그런가. 일시와 장소, 위조방법이 달라진 것은 맞지만 공모자와 목적은 구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피고인의 딸에 대한 동양대 총장 명의의 우수봉사상이라는 표창장 위조의 점에서 기본적인 사실이 같으며, 판례의 입장과 같이 법익이나 죄질 등 규범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됨이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만일 피고인의 딸에 대한 동양대 총장의 표창장이 또 있다면 일시와 장소가 공소사실을 특정하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되겠지만 오로지 하나밖에 없고, 표창장의 발행일자도 2012년 9월 7일로 같기 때문에 서로 양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이 초래할 염려는 있으므로 재판부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공소사실을 변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판례 중에는 횡령죄에서 횡령목적물의 소유자, 보관자의 지위, 영득행위의 불법성을 공소사실과 다르게 인정하면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재판부는 판례 취지와도 전혀 다른 판단을 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는데 어떤 의도가 없는 것이라면 공소장변경의 한계와 공소장변경의 필요성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기각결정이 판결 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이어서 당장 불복할 수는 없지만 검찰에서 추가기소를 하였기에 항소심에서라도 바로 잡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윤일병 구타사망사건’에서도 처음 가해병사들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하였다가 악화된 여론에 밀려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로 공소장변경을 한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형사소송법 교과서에서도 어려운 공소장변경이 생생한 사건들을 통해 계속 접할 수 있어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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