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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회 분열과 갈등 치유에 법조계가 나서야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말들을 흔히 한다. 2019년 법조계야말로 유래 없이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법조계가 오히려 사회 갈등의 중심에서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감이다. 

 

올 1월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됐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유·무죄 여부를 떠나 사법부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검찰 수사 협조 언급 이후 이루어진 사법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로 인해 그 후 10명의 전·현직 판사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아직 1심 재판 중이다. 

 

재판을 둘러싸고 각자의 가치관과 성향에 따라 내편, 네 편으로 갈라져 법원은 싸움터가 되었고, 사법부의 독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1심 유죄 판결·법정구속, 조국 교수 동생에 대한 1차 구속영장 기각,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및 형사재판 등에 있어 판사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인신공격, 심지어 형사고발까지 재판의 독립을 저해하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장 취임 2년이 지나도록 법원 내 갈등만 깊어갈 뿐 국민을 위한 사법 개혁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검찰 역시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건 마찬가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주말 서초동 도로는 한 쪽은 ‘검찰 개혁’을, 한 쪽은 ‘검찰 지지’의 깃발을 내건 정쟁의 장소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 갈등이 본격화되었고,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폐지,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 폐지 등 여러 가지 검찰개혁안이 일사천리로 시행되었다. 이런 여러 개혁안은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의 과잉수사에 대해 제동을 건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여러 정책이 짧은 시간에 연이어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측면도 있었다.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데에 검찰 개혁의 핵심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과정에 수사방해나 수사개입, 수사권 남용 등 한 점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는,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된다면 내년에는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라고 한다. 공명지조는 머리가 두 개, 몸이 하나인 상상의 새로,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가오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에 법조계는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화합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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