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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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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위에서 여러 가지 감투를 쓴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크고 작은 여러 개의 감투를 두루 섭렵하려는 부류를 두고 소위 ‘자리욕심 있는 자’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자리에 대한 능력과 비전이 모자란 사람이 오로지 권력의지만을 가진 채 자리에 올라섰다고 할지라도 그 자리에 주어진 책임의 무게와 경험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앉은 자리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다. 결국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렇다면 자리욕심이 있는 자가 추구하는 그 ‘자리’의 책임과 과제는 무엇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자리’의 수만큼 다양한 가치들이 있겠으나, 한 꺼풀 벗겨놓고 본다면 그 핵심에는 조직의 안녕과 구성원들의 행복 증진이라는 가치가 자리 잡고 있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구성원 중 일부의 이익을 우선하거나 자리에 올라선 그 자신의 이익을 좀 더 우선하여 행동하는 리더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는 행동을 하는 리더를 목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무사에게 변호사 고유의 업무인 파산·회생의 신청‘대리권’을 떼어주는 데 동의하고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철회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이를 두고 회원과 단체 사이에, 회원과 회원 사이에, 심지어 협회장과 국회의원 사이에 갑론을박을 넘어선 진실게임마저 벌어지면서, 이것을 단지 소문이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어려워졌다. 법무사법 개정안은 국회의 난맥상과 구성원들의 개별적 노력과 맞물려 그 통과가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법사위를 통과한 비쟁점 안건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 본 회의 통과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시작은 신청대리권에 불과하겠지만, 현재 해당 분야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는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종국에는 타 직역의 소송 대리권 요구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지켜보기 거북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수면위로 떠오른 단어는 상생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을 의미하며, 주로 정치적 의미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여러’ 집단을 조화롭게 보살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 자주 접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변호사라는 ‘단일’한 직역을 가진 구성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에 있는 대표자가 그 직역을 잠식하려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협의’나 ‘상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해당 사안에서의 상생은 곧 구성원들의 불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코 자리에 어울리는 단어라고 볼 수 없다.

흉흉한 소문이 사실이라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나의 생각은 수정하는 것이 옳겠으나, 우리의 대표가 자리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거나 정책적 소신이 없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구성원들 사이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당 소문에 대한 진실을 소상히 밝히고, 지금이라도 총력을 모아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는 방법 밖에 없다. 구성원들이 만든 자리, 그 자리는 조직의 안녕과 구성원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우리의 대표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반드시 직역수호의 책임을 다 하여야 한다. 자리가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야할 시점이다.


김상욱 변호사 (한국법조인협회 이사)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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