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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참을 수 없는 승소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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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무죄 받으셨다면서요? 승소 축하해요.”

 

얼마 전 후배로부터 들은 말이다. 구속된 피고인이었는데, 길고 긴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라 관여한 변호사들 모두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가끔 무죄를 받으면 마치 싸움에서 이긴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승소 사례’라고 하며 SNS에 그 내용을 게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승소는 슬픈 일이다. 공익법무관으로 지방에 근무할 당시 주로 농민들의 민사소송을 대리하였다(소송구조). 그 시절에는 교과서로만 배웠던 지식을 처음으로 실무에 적용해 보는 설렘과 동시에 어쩌다가 승소 판결을 받게 되면 나름대로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는 뿌듯함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내 의뢰인보다 더 약자일 수도 있는 상대방이 받을 아픔을 생각하면 승소했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상당수의 변호사는 부담이 크다거나 업무가 고되다는 이유로 형사사건을 꺼려하지만, 형사소송은 대결의 상대방이 강력한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라 싸움에서 이겨도 미안함(?)이 덜하다는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는 승소가 없다. 검찰은 피의자(피고인)의 구속을, 변호인은 영장기각이나 무죄를 승소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승리와 패배로 단정 짓기에 한 사람의 인생은 너무나도 무겁다.

 

형사소송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보통 검찰은 진실을 밝히고, 변호사는 그것을 가리는 존재로 인식되지만, 진실은 권력 앞에서 자주 그 모습을 감춘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변호사들은 기록 뒤에 숨은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상세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삶과 인생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호인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이익을 옹호하긴 하지만, 승소를 위해 그(녀)로 하여금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하거나, 그런 행위를 그대로 두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만, 그(녀)와 함께 사실을 밝혀 나가며 법리나 양형을 다툴 뿐이다.

 

검사 중에는 ‘칼잡이’, 변호사 중에는 ‘싸움꾼’이 유능하다고들 하고, 우리는 그런 법조인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피의자의 구속 뒤엔 그 가족의 눈물이 있고, 피고인의 무죄 뒤에는 피해자의 억울함이 있다.

 

따라서, 승소를 했다며 자축을 하거나 축하를 받는 것은 가끔 너무나도 가벼워 참기가 어렵고, 때때로 한없이 부끄러운 일이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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