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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에게도 '두 다리 뻗고 잠 잘 권리'가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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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도소 내 에어컨 설치 철회'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된 적이 있다. 실제로 5만명 이상이 이 청원에 동참할 만큼 화제가 되었고 다수의 여론은 '혈세 낭비', '피해자보다 범죄자 인권을 중시한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하여 법무부는 "교정공무원이 통행하는 복도에 한하여 냉방시설을 설치할 계획이고 수용자거실에는 설치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1. 교정시설 과밀수용 위헌결정

국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교정시설(교도소 및 구치소를 통칭)은 수용자들의 기본권 보호에 매우 열악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교정·교화를 통한 재사회화라는 형벌의 기본목표 달성을 이루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1차례나 권고하였듯이 '과밀수용' 문제의 해소가 시급하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구치소 과밀수용행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헌재 2016. 12. 29. 선고 2013헌마142 결정). 이 결정에서 문제된 수용자 1인당 실제 사용가능면적이 1.06㎡ 또는 1.27㎡에 불과했다. 헌재는 "이는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인 사람이 팔다리를 마음껏 뻗기 어렵고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할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공간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과밀수용 행위는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 했다. 여기에 보충의견은 "국가가 수용자 1인당 적어도 2.58㎡(0.78평) 이상의 면적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 결정으로부터 약 3년이 흐른 현재 대한민국 교정시설은 변함없이 '정원초과'상태다. 하루 평균 5만 4143명이 전국 53개 시설(정원 4만 7820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수용률은 자그마치 113.1%에 달한다(2018. 12. 31. 기준, 법무부 통계). 이는 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인구는 우리보다 약 2.5배 많지만 교정시설은 우리(53개)의 3.47배(184개)로 평균 수용인원이 절반 수준이다. 하루 평균 5만 4876명이 전국 184개(정원 8만 8591명) 시설에 수용된다.

 


2. 일본의 '과밀수용' 출구전략

일본도 1990~200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처럼 과밀수용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일본 법무성은 2002년 '나고야 형무소 사건(나고야 형무소 교도관들이 수용자에게 집단폭행을 가하여 사망케 한 사건)'을 계기로 과밀수용이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한다는 판단을 빠르게 하였고 과밀수용 해소에 집중하였다. 

 

당시 나고야 형무소 측은 유족들에게 망인의 사망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하던 중 발각되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고 5명이 기소되어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당시 사건의 발단은 나고야 형무소의 과밀수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좁은 시설 내 수용자들이 건강 악화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잦은 다툼과 폭행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내 교도관들과의 다툼으로 번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집단폭행이 유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일본 법무성은 본격적으로 교정시설 환경, 수용자 처우, 특히 과밀수용 문제 해결과 함께 효율적인 인력운용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일본 법무성은 2002년 야마구치 형무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각 시설의 필요에 따라 기존 시설을 증축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외에도 2007년부터는 민간 교정시설인 '사회복귀촉진센터' 4곳을 설립했다. 민간 교정시설에는 경범죄자 및 초범자만을 수감하여 민간 전문가들에게 직업훈련과 교화 프로그램을 맡기는 등 나름대로 전문성을 키우도록 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교정공무원과 수용자들을 해당 지역주민으로 인정하여 정부지원금을 늘려나갔다. 이처럼 수익성이 보이자 점차 교정시설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사라져 님비(NIMBY) 현상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갔다. 이러한 모습으로 한 시설 당 평균 481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현재의 '과소수용'에 이르게 되었고, 그 결과 수용자들의 인간적인 생활 보장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통한 교정·교화 목적 달성을 가능케 한 것이다.

 


3. 일본 '감옥법' 개정 및 수용자 처우 개선

한편 일본은 '행형개혁회의'를 설치한 이후 수년에 걸쳐 '감옥법'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개정했다. 

 

① 수용자의 권리 및 의무 명확화 ②직원의 직무권한 명확화 ③수용자의 특성에 따른 처우 실시 ④일정 기간마다 수용 태도 평가에 따른 직접적인 우대 조치 마련 ⑤소내 규칙 정비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각 수용자에게는 전담 교도관이 배정된다. 이는 모든 수용자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이를 기초로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함이다. 교정시설의 여러 목적 중 수용자에 대한 탐구, 교정 및 교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일본의 경우와 다르게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 현실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여전히 수용자들의 기본적인 수용환경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질병, 내부 갈등, 폭행 등 각종 교정사고와 교정공무원 지시 불이행에 따라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 등으로 결국 구금의 실효성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두 다리 뻗고 인간답게 잘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조건이다. 이는 국가적인 과제로 대응하여 하루 빨리 해소되어야 할 현안임에 틀림없다.

 

 

최유진 변호사 (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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